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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제가‘연평초령의모도’ 그림 속 숨겨진 진실
1790 베이징 신상웅 지음 마음산책

청나라 문물을 적극 수용해 부를 증대시켜야 한다는 ‘북학의’로 유명한 실학자 박제가가 미스터리한 그림을 남긴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 의문의 작품은 ‘연평초령의모도(延平?齡依母圖)’. 청나라에 저항한 명의 장수 정성공의 소년기를 그린 것으로, 정성공의 어머니 다가와가 나무와 바위를 배경으로 마당에 놓인 평상에 고양이를 품에 안고 있는 모습과 2층 난간에 소년 정성공이 개를 안고 서서 기암괴석과 멀리 후지산 쪽을 바라보는 구도의 서양화풍 그림이다.

이 그림의 주인공 정성공은 명나라를 지키기 위해 청나라에 끝까지 저항했던 인물로 청에게는 적대세력의 우두머리인 셈이다. 그런데 청나라를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 박제가가 왜 하필 그런 인물을 그린 걸까.

그림 기법적으로도 어색한 구석이 많은 이 그림에 오랫동안 의문을 품은 화가 신상웅이 박제가와 정성공, 사신으로 베이징에 갔던 박제가와 각별히 교유했던 청나라 화가 나빙의 발자취를 십수년간 찾아나선 끝에 저서 ‘1790년 베이징’(마음산책)에서 의문의 실마리를 풀어냈다.

신 씨는 중국풍과 일본풍이 동시에 등장하고 그림의 수준이 숙련된 화가의 솜씨와 그렇지 않은 부분이 공존한다며, 이는 한 사람이 그린 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림의 어색한 불협화음은 그린 사람이 다르다는 사실 뿐 아니라 그림의 성격과도 관련이 있다. 작품에 의문을 품고 실타래를 풀어가는 긴 여정은 문화기행이자 그림을 감상하는 미술이야기이기도 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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