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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래디컬 마켓(에릭 포즈너·글렌 웨일 지음, 박기영 옮김, 부키)=불평등 심화는 중남미 개발도상국, 선진국을 망라하고 세계적 현상이다. 각국은 좌파나 우파 할 것 없이 부자 증세와 재분배, 민영화와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세계적인 법학자 에릭 포즈너와 글렌 웨일 마이크로소프트 수석연구원은 제3의 대안을 제시한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뿌리부터 뜯어고쳐 시장과 사회를 전면 재설계하자는 것이다, 이들은 “사적소유는 독점”이라며, 사유재산으로 인한 부와 권력의 집중이야말로 문제의 핵심이라고 진단한다. 또한 진정으로 자유롭고 열려있는 경쟁시장이 해법이 될 수 있다며, 경매제도에 기반해 운영되는 사회시스템을 제안한다. 모든 재산을 경매에 부쳐 시세 이상을 지불하면 누구나 자유롭게 임대하고 이용이 가능하다. 재산액을 스스로 평가해 공개하고 이에 따라 세금을 내고, 투표권을 저축했다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안에 여러 표를 행사하는 등 이들의 제안은 기존의 통념을 넘어서 급진적이고 근본적이라 할 만하다.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산책(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다산책방)=‘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영국 작가 줄리언 반스의 첫 예술 에세이. 제리코에서 들라크루아, 마네, 세잔을 거쳐 마그리트와 올든버그, 하워드 호치킨까지 낭만주의부터 현대 미술 작품 17개를 통해 풍성한 이야기를 펼쳐낸다. 작가는 마치 수사관처럼 액자의 틀에 담긴 그림의 신호와 메시지를 꼼곰이 읽어낼 뿐 만아니라 그 이상을 상상해낸다. 그 정점은 제리코의 ‘메두사호의 뗏목’. 1816년 7월2일 세네갈 탐험대 메두사호가 좌초된 사건을 근간으로 한 그림이다. 뗏목을 타고 살 길에 나선 이들끼리 살육하고 인육을 먹었던 충격적인 사건을 제리코는 머리를 빡빡 깍고 화실에 들어가 칩거한 채 그렸다. 멀리 수평선이 환하게 밝은 가운데 범선이 가물가물 보이고 그를 향해 천을 흔들어대는 모습은 마치 구조선을 만나 환호하는 듯하지만 작가는 현미경적인 시선으로 작가의 의도를 읽어낸다. 사실을 바탕으로 하지만 일이 진행되면 예술은 사건을 넘어선다는 사실이다. 작가느 예술에 대한 오랜 관심과 애정을 바탕으로 미술을 어떻게 봐야 할 지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1947 현재의 탄생(엘리시베르 오스브링크 지음,김수민 옮김, 웅진지식하우스)=오늘의 세계가 태동한 때를 1947년으로 지목, 세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따라간다. 흔히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을 현대의 기점으로 삼지만 비로소 새로운 질서가 구축되기 시작한 건 2년이 지나서였다.무엇보다 파리조약으로 제2차 세계대전이 공식적으로 종지부를 찍는다. 전범의 죄를 묻는 뉘른베르크 재판에 대한 관심은 급랭하고 냉전의 열기는 고조된다. CIA가 창설되고 소련은 이스라엘 독립국가 건설을 지지한다. 소련은 핵보유국이 되고, 최고의 히트상품, AK소총을 세상에 내놓는다. 영국은 제국을 포기, 인도와 파키스탄의 성급한 분할은 후유증으로 이어진다. 그런가하면 남자들이 일자리로 돌아오면서 여성은 내쫒긴다. 크리스티앙 디오르는 여성성을 강조한 뉴룩을 선보여 패션계를 뒤집어놓는다. 시몬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 조지 오웰의 ‘1984’,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등 고전의 반열에 오를 작품들도 이 때 나왔다. 최초의 컴퓨터 버그가 발견된 것도 이 시기. 오늘의 근간이 된 전후 폭발적인 변화를 목도할 수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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