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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일한의 住土피아] 신도시 주변 거주 A씨의 3기신도시 악몽

남양주 덕소에 사는 A씨는 요즘 출근길 마다 화가 난다. 2007년 4월 덕소로 이사 오고 몇 년간 직장이 있는 잠실까지 버스를 타면 30분도 안걸렸다. 승용차로는 20분이면 회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좀처럼 예측하기 힘들다. 구리를 거쳐 잠실로 빠지는 강변북로가 아침 6시 반이면 막히기 시작한다. 30분이던 출근시간이 1시간 이상 걸려 지각하는 경우도 잦다. “다산신도시 때문이다.” A씨는 2018년부터 입주가 시작된 다산신도시를 교통난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다산신도시는 덕소에서 5㎞거리로 3만2000가구, 8만여명 규모로 조성되는 수도권 동북부 최대 도시다. “별내신도시도 문제다.” 2012년부터 입주한 별내신도시도 A씨 입장에선 덕소 교통환경을 나쁘게 했다. 현재 조성이 거의 끝난 이 신도시는 2만4000여가구에 7만여명이 산다.

A씨를 더 화나게 하는 건 사실 따로 있다. 집값이다. 오를만하면 주변에 신도시를 조성해 아파트를 지어대니 수요가 계속 빠져 나갔다. 같은 단지에 살던 B씨와 C씨는 별내신도시로 이사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요즘 다산신도시로 옮겨간다. 그러니 집값은 10년 째 제자리걸음이다.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 집값이 ‘폭등’했다는 2015년 이후에도 별 변화가 없다. 별내신도시가 조성될 때까지만 해도 덕소가 인근 도농과 함께 남양주 최고 비싼 아파트 1~2위를 다퉜는데, 이젠 한참 밀렸다.

A씨도 얼마 전 결국 집을 내놓았다. 아내는 정부가 왕숙신도시를 남양주에 짓겠다고 발표한 후부터 “우리도 이사 가자”고 계속 주장했다. 정부는 왕숙신도시를 3기 신도시 중 가장 큰 6만6000가구 규모로 조성하겠다고 했다. 별내신도시와 다산신도시를 겪은 A씨에겐 최악의 소식이었다. “교통 여건은 계속 나빠지고, 집값도 오를 리 없다.” A씨가 내린 결론이다.

A씨의 판단이 틀렸을까. 남양주뿐만 아니라 김포나, 파주, 고양 등에 A씨와 비슷한 처지를 한탄하는 사람들이 많다. 2기 신도시 까지만 해도 신도시 개발은 지역 부동산 시장의 최고 호재로 여겨졌다. 신도시로 지정되면 해당 지역뿐 아니라 주변 지역까지 부동산이 뛰었다. 도로 여건 등 교통 인프라가 좋아지고 대규모 인구가 들어오면서 상권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걸 부동산시장의 ‘후광효과’라 불렀다. 신도시 주변이니 함께 개발될 것이라는 막연한 심리가 작용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지나고 2015년까지 주택 시장 침체를 거친 이후, 시장이 많이 달라졌다. 이젠 키워드가 ‘쏠림현상’이 됐다. 과거 한 단지 분양이 성공하면 청약대기자들이 주변 기존 주택에도 관심을 뒀다면 이젠 아예 거들떠보지 않는다. 모든 개발 호재는 해당 지역에만 작용하는 ‘찻잔 속 태풍’이 됐다.

각종 재건축과 개발 이슈로 과천 아파트값이 17% 오른 최근 3년 동안 바로 옆 안양시는 6%, 아래 쪽 의왕시는 2% 각각 올랐고, 군포시는 반대로 2% 떨어졌다. 같은 수도권임에도 안성이나 평택처럼 13~14% 정도씩 폭락한 곳도 있다. 서울과 멀지 않은 고양시 일산서구나 파주도 2% 넘게 떨어졌다. 서울 강남권 웬만한 아파트가 20% 넘게 오를 때 나타난 현상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얼마전 모 방송에 출연해 “3.3㎡당 1억원 시대는 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수도권 3기신도시 30만가구 공급 계획이다. 유달리 상승폭이 큰 강남 아파트값을 잡기 위해 남양주 왕숙(6만6000가구), 하남 교산(3만2000가구), 인천 계양(1만7000가구), 과천(7000가구)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짓겠다는 것이다.

강남에 아파트를 원하는 사람들이 3기신도시를 택할까? 아무리 따져 봐도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불안한 사람은 오로지 새로 조성되는 신도시 주변 구도심 주민들과, 아직 29만가구나 더 분양해야하는 2기 신도시 주민이다. 무수한 A씨들이다. “인구가 늘지 않는데, 여기 주택 수요는 한정돼 있는데 저기 저렇게 지으면 여기 집값은 떨어지지 않겠어요? 교통 인프라 확충은 늦어질게 뻔한데, 출근길은 더 끔찍해지지 않을까요!”

박일한 기자/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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