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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려하게 증시 데뷔한 라온피플…주관사 '이유 있는 고집' 통했다
상장초일, 공모가 대비 11% 높은 가격에 마감
"기관 수요 무시한 처사" 지적에도 밸류에이션 고집
업계 "주식 배정 자율성 낮아…이번 사례 참고해야"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부진했던 기관 수요에도 희망 가격을 고집했던 라온피플이 상장 초일 급등세를 기록하면서, 상장 주관을 맡았던 미래에셋대우도 명성을 증명하게 됐다. 기관 수요예측에서 70%가 넘는 신청물량이 희망 공모가격 하단보다 낮은 가격에 제출됐지만, 미래에셋대우는 기업가치 예측 역량을 증명해 온 대형 기관 다수의 수요에 무게를 실으며 밴드 내에서 공모가를 확정했다. 결국 수요를 능동적으로 해석해 적정 기업가치를 찾아낸 사례로 남게 됐다.

18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라온피플은 1만3300원에 거래를 시작해 이보다 16.92% 오른 1만5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공모가(1만4000원)과 비교하면 11% 이상 상슨한 가격이다. 라온피플은 장중 한때는 가격 상한선까지 올라 1만725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라온피플은 인공지능(AI) 머신비전 기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회사로, 카메라 모듈 검사기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라온피플의 상장 초일 가격 흐름은 부진한 기관 수요에도 희망 공모가를 밀어붙였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 대상이었다. 지난 1~2일 진행했던 라온피플의 기관 수요예측에는 총 914개 기관이 참여했는데, 회사가 제시했던 희망가격 범위(1만4000~1만7000원) 이하 가격을 신청한 곳이 무려 652곳으로 그 비중이 70%를 넘었다. 신청 주식수량으로 따져도 72.6%가 희망공모가 범위보다 낮은 가격에 제시됐다.

업계에서는 "회사와 주관사가 시장 수요를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올해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업 중, 수요예측에서 희망 공모가격 하단보다 낮은 가격을 신청한 기관투자자 비중이 50%를 넘어선 것은 까스텔바쟉, 펌텍코리아, 세경하이테크, 네오크레마, 라닉스, 올리패스 등 총 6종목이다. 이들 종목은 라온피플과 달리 모두 희망 공모가 하단보다 낮은 가격에 공모를 진행했다.

그러나 주관사인 미래에셋대우는 희망 공모가 하단 이상의 가격으로 신청한 주식 수만 따져도 기관 투자자 배정 물량을 소화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과거 미래에셋대우의 상장 주관 시 예측력 높은 물량을 제시하고 시장 조성에도 기여해 온 국내·외 대형 기관들의 수요가 희망 공모가액 밴드 내 주로 형성돼 있었던 것 역시 공모가를 밀어붙인 토대가 됐다.

결국 미래에셋대우는 시장수요를 능동적으로 판단해 기업가치 책정 실패를 피한 사례를 남기게 됐다. 국내 공모 시장은 주식 배정에 있어 주관사가 지닌 자율성이 거의 '제로'에 가까워, 가격 예측력이나 상장 이후 시장 조성 기여도가 낮은 기관들의 '허수' 수요를 배제하지 못한다는 점이 꾸준히 지적돼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라온피플의 상장 초일 성과는 최근 공모주로 투자심리가 이동한 코스닥 시장의 수급적 측면도 없지 않아 보인다"며 "다만 미래에셋대우가 평판 악화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최초 책정 밸류에이션을 밀어붙인 이번 사례는 다소 왜곡된 국내 기관 수요예측제도에서 주관사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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