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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무나 정치적인, 국립현대미술관 50년 기념전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展
과천·서울·덕수궁관 450여 작품 전시

방대한 규모 비해 미래담론 안담겨
미술관 50년史 아카이브섹션 부재
전시 맥락 어긋난 축하공연도 아쉬워

미술판만큼 정치적인 곳이 있을까. 현대미술이 과연 정치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회의감이 2019년 한국 미술판에서 강력하게 제기된다. 특히 한국 미술계의 최고 권력기관인 국립현대미술관이 앞장서 그 회의감을 부추긴다.

한국 현대미술의 진흥을 위해 ‘국가’가 운영하는 국립현대미술관의 관장은 늘 정권과 보조를 맞춰왔다. 정권 입맛에 맞는 임기제 관장이 임명되고, 정권이 바뀔 때 마다 미술관의 행보는 갈짓자를 걸었다. 탄탄한 연구를 기반으로 한 전시 기획은 실종되고, 내부에는 강력한 파벌과 정치가 판 친지 오래다. 정치색으로부터 자유로운 외국인 관장이 잠깐 있었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이 오랜 구악은 현 정권에서 극에 달한 듯 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윤범모)이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50주년을 맞이해 한국미술 100년을 조명하는 대규모 기획전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를 개최한다. 사진은 과천관 전시전경. [헤럴드DB]

지난 16일 국립현대미술관은 건립 50주년을 기념해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전을 개최했다. 과천관을 비롯해 덕수궁과 서울관까지 아우르는 이 전시에는 총 290여 명 작가의 450여 점 작품이 전시됐다.

미술관 측은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50주년을 맞이하여 한국미술 100년을 조명하는 대규모 기획전”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방대한 전시 규모에 비해 이렇다 할 만한 미술사적 담론도, 향후 미술관의 비전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듯 보인다.

단적인 사례를 언급하면, 메인 전시를 보여주는 과천관 중앙홀에 걸린 ‘한열이를 살려내라’는 1986년의 걸개그림이다. 당시의 운동화와 택시까지 함께 전시해,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1980년대 광장을 재현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민중미술을 비롯한 특정 시기의 미술 운동에만 시각적으로 역점을 뒀다는 인상을 준다. 전후 모더니즘과의 관계성이라던지, 이후 1990년대 작가들에게는 어떠한 영향을 미쳤고, 미술사적으로는 동시대와 어떠한 맥락으로 연결이 되는지에 대한 내용을 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미술관의 미래 비전, 미래 담론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한 내용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한 미술 평론가의 ‘낙담’에 많은 미술인들이 공감을 표하고 있다.

“MoMA(뉴욕현대미술관)가 재개관을 하며 A New MoMA로 단장하고, 현대미술의 미래와 미술관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해외 미술관들은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데, 전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시각은 과거를 향하고 있다.”

이러한 국립현대미술관에 반세기 한국 현대미술사 통찰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을까. 심지어 미술관 50주년을 정리하는 아카이브섹션도 없었다. 전시를 기획한 건 이전 관장인 바르토메우 마리였으나, 현 윤범모 관장 체제 하에서 이 기획전의 출품작들이 대거 교체 결정됐다는 후문도 들린다. 당초 어떤 기획으로 마련된 전시였는지, 관객은 알 길이 없다.

국립현대미술관은 50주년 기념전 개막식을 과천관 앞마당에서 개최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정재숙 문화재청장 등 현 정권 하의 문화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그러나 모더니즘 원로작가들, 역대 보수 우파 정권에서 임명된 관장들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축하 영상 하나도 없었으니, 이들은 이 축제에서 처음부터 배제된 것이었을까.

젊은 미술가 겸 음악가와 유명 국악인의 콜라보레이션으로 꾸며진 축하공연에 관객들은 다소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객석에 어색한 기운이 역력했다. 전시와 맥락 없이 따로 노는 전시개막 축하공연의 엇박자가 국립현대미술관의 현주소를 보여 주는 듯 했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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