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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칼럼-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 ‘히든 피겨스’서 여풍당당 주인공으로

올해 글로벌 금융·경제 분야의 여풍이 거세다. 여성 경제학자 게오르기에바가 국제통화기금(IMF) 신임 총재로 최근 선임됐고, 다음달에는 라가르드 전(前) IMF 총재가 유럽중앙은행(ECB)의 최초 여성수장으로 취임한다. 얼마 전 발표된 노벨경제학상도 여성 경제학자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MIT 대학교의 뒤플로 교수에게 돌아갔다.

1960년대 미국 우주항공국(NASA)의 여성과학자들을 배경으로 한 영화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를 보면 불과 50여 년 전에 존재했던 여성에 대한 심각한 차별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그 당시 NASA에서 여성은 공식회의에 참석할 수 없었다. 실존 인물인 주인공 캐서린 존슨은 천부적인 수학재능을 가졌음에도 여자라는 이유로 중요한 회의에서 배제되고 자신이 작성한 보고서에 서명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좌절하지 않았고, IBM 컴퓨터조차 오류를 반복하며 우주선 비행궤도를 찾지 못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결정적인 수학공식을 찾아낸다. 당당히 회의장에 입장해 사다리를 딛고 올라설 정도로 커다란 칠판 위에 손으로 써내려가며 비행경로를 계산해내는 장면은 너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2015년에는 인류 최초의 달착륙 프로젝트 성공을 이끌어낸 공로를 인정받아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자유훈장(Presidential Medal of Freedom)을 받게 된다.

여성은 세상의 절반으로 직장에서든 집에서든 늘 일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의 노동은 낮게 평가되거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 심지어 국내총생산(GDP) 산출에서도 여성의 가사노동 가치는 제외된다. 하지만 여성 경제활동의 중요성은 시대변화에 따라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생산가능인구가 급감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지금까지는 육아부담, 유리천장 등으로 적극적인 경제활동 참가가 어려웠지만, 제도적·문화적인 뒷받침만 있다면 여성의 경제참여 확대는 저성장·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의미 있는 해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남녀 간의 불평등 격차가 크다. 올해 3월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2019 유리천장 지수’에서 한국이 OECD 회원국 중 꼴찌였다. 지난 10월 중순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WB·IMF 연차총회 기간 중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도 한국 정부에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높이라는 제언을 했다. 우리 정부도 2022년까지 고위공무원 10%, 공공기관 임원의 20%까지 여성 관리자 비율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양성평등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예보도 아직은 부족하지만 여성 관리자 육성과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초 정기인사에서 최초로 여성 인사부장을 선임했고,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팀도 신설해 여성팀장을 발탁했다. 올해 4월에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임원을 선임하기도 했다. 필자도 양성평등 구현을 위해 젊은 여성직원들로 구성된 사내 자율 기구인 ‘레이디보드’와 수시로 소통하며 여성과 밀레니얼 세대의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듣고자 노력하고 있다.

양성평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좋은 정책과 제도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남성과 여성의 입장을 역지사지하며 양성 간에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아울러 자신들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깨부수는 여성 스스로의 주체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이러한 작은 노력들이 노둣돌이 되어 차별이 아닌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공동의 주인공으로 공존하는 건강한 양성평등 사회가 도래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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