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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석영철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기술에 달아주는 날개, 사업화

영화 〈기생충〉은 제72회 칸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작품성을 인정받았을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만 1,000만 명의 관객이 관람하면서 흥행에도 성공했다. 이 영화가 국내외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일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시나리오가 만들어졌고, 역량 있는 배우들이 명연기로 소화한 덕분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주제를 잘 표현해 주는 소품과 음악도 한몫 했을 것이다. 여기에 탄탄한 자본, 마케팅이 적절하게 더해지면서 〈기생충〉의 성공 스토리가 완성될 수 있었다.

시나리오를 책장에만 꽂아두면 관객과 만날 수도, 감동을 자아내지도 못한다. 각 분야 다양한 전문가들의 손을 거쳐 다듬고 포장되어 영화로서의 가치가 덧입혀지게 되고, 마침내 시장에서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연구개발(R&D)도 마찬가지다. 막연했던 아이디어 콘셉트(스토리)를 잘 다듬어서 기술(시나리오 기획)을 만드는 과정도 쉽지 않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연구실 서랍에만 두면 부가가치가 창출되지 않는다. 상용화를 위한 추가 개발과 이후 양산을 위한 자본 투자(촬영)가 이뤄져야 한다. 이어 제품의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실증·인증 테스트(편집, 음향 등 후반 작업)를 거치고 완성된 제품에 적절한 스토리를 씌워주는 영업·마케팅(배급)까지 뒷받침되어야만 비로소 시장에 출시될 수 있다.

이러한 과정 전체가 바로 기술사업화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사업화를 추진할 때 들어가는 비용이 기술개발 단계에 들어가는 비용 대비 7배나 더 많이 투입된다고 한다. 많은 기업들이 기술을 개발해 놓고도 사업화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의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좌절해 버린다. 기술이 제품이라는 옷을 입고, 시장에 출시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에 들이는 공보다 두 배, 세 배 이상 사업화에 신경 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기술 개발 분야에는 많은 투자를 해 왔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은 2017년 기준 4.55%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 투자 대비 효율, 생산성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에 가치를 더하는 데에는 상대적으로 노력을 덜하기 때문이다. 올해 정부 R&D 지원 예산인 20조4000억원 중에서 기술사업화에 투자되는 규모는 겨우 2.3%인 4800억 원에 불과하다. 시나리오를 많이 만들어 꽂아놓기만 하고, 정작 영화로 제작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는 형국이다.

오는 12일에는 ‘2019 대한민국 기술사업화 대전’이 ‘기술, 그 이상의 가치를 담다’라는 슬로건으로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다. 올 한 해 기술 이전 및 사업화 분야의 성과를 공유하고 기여한 사람들을 격려하는 행사다. 유공자 포상 외에도 비즈니스 모델 경진대회, 투자유치 설명회, 기술나눔, 기술이전 로드쇼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될 예정이다. 기술이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사업화’라는 든든한 날개를 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보는 소통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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