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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흔들리는 리더십, 위기의 대의민주주의]‘분기탱천’ 유권자…대의 정치 못믿어 직접 ‘거리정치’
전세계 곳곳에서 분노 표출…동시다발적 시위
불평등·부정부패·무능한 정부 등에 불만 누적
사소한 계기에도 격렬한 반정부 시위로 격화
4일(현지시간)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이반 두케 정부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AP]

“사람들이 화가 났다.”(CNN)

프랑스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의 연금체제 개편에 사람들이 분노했다. 5일(현지시간) 전국 총파업으로 철도가 멈춰섰고, 비행기 운항이 중단됐으며, 병원과 학교, 공공기관의 운영이 차질을 빚었다. 수도 파리를 비롯한 전국에서 250여개의 크고 작은 시위가 거리를 뒤덮었다. 지난해엔 유류세 인상 방침에 항의하는 ‘노란조끼’ 시위가 장기간 이어졌다. 5일 파리 시위에선 중세 왕족 의상을 입은 마크롱 대통령 합성 초상화가 등장했다. 그 위에는 마크롱 대통령의 취임일을 빗대 ‘2017년 5월 14일 왕정복고’라고 씌어 있었다.

프랑스 뿐 아니다. 에콰도르 사람들은 유류보조금 폐지에 화가 났고, 칠레에서는 지하철 요금 인상에 대해, 볼리비아에서는 전 대통령인 에보 모랄레스가 권력을 유지하겠다고 고집하는 것에 대해, 그리고 콜롬비아에서는 불평등과 기회 부족에 대해 분노했다.

최근 라틴 아메리카의 혼란에 대해 CNN은 “시위자들은 리더들이 타락했다고 느끼고 있다”며 “정부 정책은 단지 일부 사람들에게만 이득을 주고 있기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콜롬비아의 정치분석가인 비센테 토리요스는 “최근 혼란을 겪은 모든 나라 국민들은 연금, 노동권, 임금, 고등교육 등에 대해 깊은 불만과 분노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전세계의 성난 군중들이 한꺼번에 거리로 몰려 나왔다. 최근 ‘아랍의 봄’ 발원지인 튀니지 젤마에서 빈곤 해결을 촉구하는 시위가 일어난 가운데 실업난, 민생고, 기득권의 부정부패, 무능한 정부 등을 비판하는 시민들의 분노가 지구촌 곳곳에 동시다발적인 시위로 확산되고 있다.

올해 시위는 그 원인이 제각각이라는 점에서 과거 시위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영국의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960년대 후반 서구 사회의 근본 가치를 뒤흔든 미국과 서유럽 학생들의 저항의 물결,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반 독재와 공산주의를 물리친 아시아와 동유럽의 피플파워 시위 이후, 전세계의 성난 군중이 한꺼번에 거리로 나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성년이 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이들이 느끼는 삶에 대한 불안감이 시위를 촉발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이들은 선거를 통한 대의 민주주의가 더는 소용이 없다고 느낀다는 점이다. 기후변화를 비롯해 전세계가 일개 정부의 선거로는 풀 수 없는 광범위한 문제들에 직면하면서, 대의제에 실망한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 나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불평등과 부정부패도 이들 시위가 가진 또 다른 공통점 중 하나다. 수십년 간 축적돼 온 경제난이 사소한 요금 인상을 계기로 터져나왔다. 여기에는 시민들과 정치체제간 신뢰 부족도 중요한 원인이 됐다.

레바논에서는 온라인 메신저 프로그램 왓츠앱에 월 6달러의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히자 양극화와 경제난, 고질적인 부정부패에 지친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 나왔다. 에콰도르에서는 40년 만에 레닌 모레노 정부가 유류 보조금을 폐지하기로 하자 격렬한 시위가 이어졌다.

장연주 기자/yeonjo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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