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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록의 전설 ‘퀸’ 메이가 다녀간 이 곳은…
기자회견서 체력관리비법 ‘채식’ 소개…사찰음식점 ‘발우공양’ 방문…“재료 본연의 맛과 향…최고였다”

‘에-오!’

지난 주말 고척돔에는 길이 남을 떼창이 울려 퍼졌다. 결성 49년 만에 한국에서의 첫 단독 콘서트를 가진 영국의 전설적 밴드 퀸의 내한 공연 때문이다. 어느덧 일흔을 훌쩍 넘긴 백발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73)의 에너지는 폭발적이었다. 전성기 시절 프레디 머큐리에게 맡겼던 프론트맨의 자리를 나눠 가지며 무대를 종횡무진했다. 무거운 기타를 메고서도 73세의 그는 거뜬해보였다.

공연 전 기자회견에서 브라이언 메이는 자신의 체력 관리 비법으로 ‘채식’을 꼽았다. 그는 “아무래도 20~30대와는 체력의 차이가 클 수 밖에 없다”며 “운동뿐 아니라 식단조절을 병행해 건강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달간 가장 엄격한 채식인 비건의 식단을 따르고 있다”며 “고기를 비롯한 동물성 식품을 일체 섭취하지 않는 채식 식단으로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한국에 와서 사찰음식을 먹으러 갔는데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예전 어르신들은 건강을 잘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진작에 알고 계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브라이언 메이가 방문한 사찰음식점은 이미 외국인 사이에서 제법 유명한 곳이다. 서울 종로에 위치한 ‘발우공양’. 세계 최초로 미쉐린 스타를 받은 사찰음식 전문점이다. 2009년부터 불교 조계종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발우공양에선 1700여년의 한국 불교의 역사 속에서 태어난 수행 음식을 정갈하게 내놓는다. 발우공양의 김지영 조리장에게 브라이언 메이가 선택한 특별한 메뉴와 발우공양의 미식 철학을 들어봤다.

브라이언 메이가 맛본 마음식 [발우공양 제공]

브라이언 메이가 먹은 ‘마음식’

채식 식재료 총출동

브라이언 메이는 이 곳을 찾아 마음식(6만 5000원)을 맛봤다. 메이의 특별한 요청은 없었다. 다만 완전 채식(비건)을 하기 때문에 식재료 속 꿀 첨가 유무를 확인했다고 한다. 채식 단계 중에서도 가장 엄격한 비건은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동물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삶의 방식으로 가치관을 확장한다. 비건이 꿀 섭취를 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꿀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벌의 희생과 그들의 영양 공급원을 빼앗는 것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동물행동학을 연구하는 과학자이기도 한 브라이언 메이에겐 당연한 선택이었던 셈이다.

발우공양의 마음식은 꿀이 들어가는 메뉴는 없었다고 한다. 김지영 조리장은 “브라이언 메이 씨가 드신 마음식은 발우공양 고객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메뉴”라며 “술적심, 죽상, 상미, 담미, 승소, 유미, 입가심으로 이뤄진 코스 메뉴”라고 설명했다.

“발우공양에선 봄, 여름, 가을, 겨울에 걸쳐 1년에 4번 메뉴가 바뀌고 있어요. 이번 시즌의 마음식은 제철 재료인 유자, 해조류, 뿌리채소 등을 이용해 계절감을 주고 동치미, 홍시배추김치, 좁쌀알타리김치, 장아찌 등 저장음식으로 겨울의 맛을 내줬어요.”

마음식의 메뉴를 찬찬히 살펴보면 채식주의자들이 선호하는 식재료가 총출동했다. ‘비거니즘’의 본고장 격인 영국 출신 메이에게도 익숙할 법한 재료들이 보인다.

‘술적심’의 재료가 특히나 그렇다. ‘밭에서 나는 소고기’라는 별칭을 가진 두부가 술적심의 주재료. 두부는 저칼로리인데다, 건강한 식물성 단백질의 대명사로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 주목받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2018년 영국의 두부 매출은 무려 27%나 상승했다. 술적심은 두부를 간장에 발효시킨 두부장으로 입맛을 돋운다. 상미 메뉴인 가래떡무조림, 팥연근찜, 해조류 무침은 겨울의 계절감을 만끽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담미 메뉴에는 모듬버섯강정, 호두 조림을 비롯해 여러 가지 전등을 맛볼 수 있게 내놓는다. 버섯 역시 채식주의자들이 주로 찾는 고기 대체 식품 중 하나다. ‘스님의 미소’로 불리는 승소에는 표고버섯냉면, 사찰만두, 통도사두부구이를 맛볼 수 있고, 유미는 연밥과 된장찌개, 김치, 장아찌로 이뤄진 소박한 밥상을 선보인다. 입가심에는 홍시로 만든 디저트가 제공된다.

브라이언 메이는 마음식을 맛본 뒤 “신선한 채소와 전통적인 양념, 한국 사찰에서 대대로 내려온 방식대로 조리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며 “재료 본연의 맛과 향을 깊이 느낄 수 있는 점이 최고였다”는 소감을 들려줬다고 발우공양 측은 귀띔했다.

세계 최초로 미쉐린 스타를 받은 사찰음식 전문점 발우공양 [발우공양 제공]

채식 트렌드로 재조명

“사찰음식 철학은 전 세계의 보편적 가치”

전 세계적인 채식 트렌드로 불교 문화의 한 뿌리를 담당하는 사찰음식 역시 재조명받고 있다. 2017년 넷플릭스 인기 프로그램 ‘셰프의 테이블’에 출연한 정관스님은 국내외에서 상당한 인기를 모았고, 정관스님과 함께 하는 천진암 템플 스테이는 외국인들에게 인기 여행 코스가 됐다. 발우공양도 고객 중 30% 이상이 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북미, 이스라엘에서 온 외국인이다. 덕분에 레스토랑엔 4개 국어로 된 메뉴판까지 마련돼있다.

“사찰은 한국의 전통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에요. 여러 가지 이유로 사찰음식을 접하는 외국인들은 이곳에서 전통적이고 유니크한 한국의 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어요. 발우공양에서 캐나다, 영국 등에 나가 해외 행사를 해보면 사찰음식에 깃든 정신에 많은 공감을 한다는 것을 보고 느껴요.”

한국 사찰음식의 철학과 요리법엔 특별한 부분이 많다. 이러한 점들이 채식주의자나 불교 신자가 아니라도 음식 자체에 대한 깊은 공감을 불러온다.

사찰음식에는 종교의 철학은 물론 요리의 정도까지 담겨있다. 김 조리장은 “불교의 생명존중 사상으로 일체의 육식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오신채(파, 마늘, 달래, 부추, 흥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큰 특징으로 꼽았다. 오신채는 자극과 냄새가 강한 식재료들이다. 불교에선 오신채가 성 내는 마음을 일으키고, 강한 냄새가 여러 사람과 공동체 생활을 할 때 수행을 방해한다 해서 금지했다.

사찰음식이 더욱 돋보이는 것은 음식을 단지 먹는 것의 관점으로만 바라보지 않기때문이다. 쌀 한 톨이 태어나 흰밥이 되기까지, 배추 한 포기를 키워내 김치로 만들기까지의 모든 과정에서의 수고로움을 존중하고, 감사의 마음을 가진다. 그러니 한 접시 안에 담기는 무엇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사찰음식에선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고, 버리는 식재료가 없도록 하고 있어요. 나물 삶은 물에 국을 끓이고, 무청을 말려 시래기를 해먹죠. 얼어버린 무로도 음식을 하고요. 하나의 음식, 하나의 재료에는 햇빛, 바람, 물, 태양 등 자연의 고마움과 수많은 사람의 노고가 들어 있기 때문이에요. 사찰음식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것은 음식을 바라보는 철학이 나의 삶, 이웃의 삶, 전 세계의 보편적 가치가 돼야 한다는 것을 공감해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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