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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기생충과 전염병…‘자영업의 눈물’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부(富)와 빈(貧)은 양립할 수 없는 사회구조적 문제라는 불편한 진실을 얘기한다. “현대사회를 반지하와 대저택으로 은유하며 계급투쟁에 날카로운 시선을 보여준”(미국의 뉴욕타임스) 것이 전 세계 젊은 관객들에 큰 반향을 일으킨 동력이기도 하다. 인간 본성 중 밖으로 까발리고 싶지 않은 내밀한 ‘냄새’는 반지하와 대저택의 계급투쟁을 극대화하는 장치가 된다.

대저택에 기생할 수밖에 없는 기택(송강호 분)과 근세(박명훈 분)네 두 가족에는 재미있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프랜차이즈 ‘대만 카스텔라’의 실패는 두 가족을 반지하의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한다. 이들이 대만 카스텔라에서 처참하게 실패만 하지 않았어도 기생충으로 떨어지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 지점에서 한국 사회의 슬픈 민낯이 드러난다. 빈약한 사회안정망 속에서 자영업은 유일한 사다리로 작용한다. 하지만 그간 자영업은 임금노동시장에서 퇴출된 이들이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곳이다. 그러다보니 자영업에서조차 내밀리면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진다. 자영업이라는 사다리에서 떨어지면 기택과 근세네 가족처럼 기생충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한국 사회에서 자영업의 위험 노출도가 높은 것도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치킨집 사장님, 빵집 사장님, 편의점 사장님이 되다보니 밖에서 부는 미풍을 태풍으로 받아 들인다. 구조적으로 취약한 자영업의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1998년 외환위기가 자영업 시장을 비정상적으로 불려 놓았다면, 글로벌 금융위기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는 자영업 시장에 적지않은 내상을 입혔다. 2015년 메르스 당시에는 자영업자가 9만8000명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시계를 현재로 맞춰보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한국 사회를 멈춰세웠다. 혹여나 내가 감염되지는 않을지, 혹여나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 자신이 전파자가 되는 것은 아닐지 두려움에 꽁꽁 문을 걸어 잠그고 강제 격리에 들어갔다.

전염병에 소비심리는 바닥으로까지 떨어지고, 매출은 날개 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 2015년 메르스 당시보다 상처가 더 깊다는 얘기도 들린다. 온통 “힘들다” “이러다 죽는다” “살려달라”라는 아우성이다. 실제 소상공인연합회가 이달 초 10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매출이 전년보다 50% 이상 감소했다는 응답자 비율이 44%나 됐다.

전염병의 치사율이나 전파력보다 더 무서운 게 ‘공포’다. 지나친 공포는 블랙홀이다. 무서운 먹성으로 사람들의 일상을 빨아들여 파괴한다. 2015년 메르스가 가르쳐준 것 중 하나이기도 하다. 우리의 지나친 공포감에 지금 누군가는 기택과 근세네 가족처럼 반지하 기생충으로 내몰릴 위험에 처하게될지도 모른다.

“네가 소상공인을 모르나 본데 우리는 전부 목숨 걸고 해”라는 고반장(영화 ‘극한직업’)의 통쾌하면서도 헛헛한 대사처럼 하루하루 목숨 걸고 사는 이들을 위해서라도 지나친 공포심을 거두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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