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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바로보기] 난세를 이기는 ‘도쿠가와 리더십’

지금은 난세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혼란기에 사람들은 강한 지도자를 찾는다. 1월 말 시작한 NHK 대하드라마 ‘영웅이 온다’는 역사 속 영웅들을 다시 불러낸다. 잔혹했던 전국시대를 끝내고 통일의 문을 여는 오다 노부나가의 최측근 아케치 미쓰히데(明智光秀)가 그 주인공. 주군을 살해한 ‘반역자’로 낙인찍혀온 지금까지의 평가와 달리 잔인한 폭군에게 반기를 드는 가슴 따뜻한 ‘무장’으로 그려진다.

일본인들은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등 3인 모두를 좋아한다. 이들 무장과 부하, 가족들의 이야기는 수십년 동안 인기 사극의 단골 테마다. 올해 드라마는 노부나가의 부친 오다 노부히데 등 전국을 대표하는 유력 무장들이 각지에서 기반을 강화하는 1547년부터 ‘혼노지(本能寺)의 변’까지 다룬다.

전국통일을 눈앞에 둔 오다 노부나가가 교토의 혼노지에 머물던 1582년 6월 21일, 아케치가 모반을 일으키고 기습한다. 오다는 포위됐다는 것을 알고, 절에 불을 질러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의 죽음으로 부하 장수였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패권을 잡는 데 이어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일본 통일을 마무리하게 된다.

여론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공영방송이 전국시대의 대표 무장들을 2020년대 첫해 부각시킨 것은 주목할 만하다. 역사의 대전환기에 목숨을 걸고 ‘희망의 빛’을 찾는 영웅들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 용기를 주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인들은 이들 가운데 최후의 승자인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가장 존경한다. 국내외 정국이 혼란해질수록 난세를 평정한 그의 인기가 치솟곤 했다.

“울지 않은 새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세 무장의 대처법은 유명한 얘기다. 성질이 불같은 맹장 오다는 “바로 목을 친다”, 지장인 도요토미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울게 만든다”, 덕장 스타일의 도쿠가와는 “울 때까지 기다린다”로 설명된다.

실제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서로가 서로를 배반하고, 살육해야 했던 전국시대를 ‘인내’와 ‘기다림’으로 살아남았다. 17세에 첫 전투에 나가 74세에 맞은 오사카 여름전투까지 57년간을 전장터에서 보냈다. 진짜 실력을 감추고 생애 대부분을 2인자 지위에 머물다가 결국 오다 노부나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눌렀다. 그는 어린 시절 ‘오다’에 이어 ‘이마가와’ 가문에서 인질생활을 하기도 했다. 도요토미 사망 이후 세키가하라전투를 통해 ‘도쿠가와 막부’를 열고 메이지유신까지 260여년의 평화시대를 만들었다.

평생을 전장에서 보낸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유훈집은 일본인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고 있다. 그의 유훈을 평생의 좌우명으로 새기고 사는 유명 정치인이나 경영자들이 적지 않다. 자신의 후손들에게 남긴 유훈집 곳곳에 ‘인내’를 강조한 글귀들이 많다.

“사람의 일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길을 가는 것과 같다. 절대로 서둘러서는 안 된다.” “인생에 짐은 무거울수록 좋다. 그래야 인간이 성숙해진다.” 요즘 같이 뒤숭숭한 시기, 리더를 꿈꾸는 사람들은 한번쯤 되새겨봐도 좋을 듯하다.

최인한 시사아카데미 일본경제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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