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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바로보기] 초연결 사회, 한국과 일본

아시아를 대표하는 한국, 중국, 일본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제적 망신을 당하고 있다. 전염병의 진원지는 중국이지만, 감염 차단 조치를 둘러싸고 한·일이 정치, 사회적 이유로 뒷북 대응을 하면서 감염 확산을 키웠다는 평가다. 경제 선진국으로 우수한 관료제와 의료 시스템을 자부해온 두 나라의 체면이 크게 구겨졌다.

코로나19의 불안 속에 일본의 경제, 관광 중심지인 오사카, 교토, 고베를 지난주 다녀왔다. 오는 7월 하순 예정된 도쿄올림픽을 맞아 부동산과 고용 등 경제현장을 보기 위한 목적에서였다. 기업체와 숙박, 관광지 등을 돌면서 감염자 확산으로 위기감이 고조된 ‘일본사회’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일본정부는 3711명을 태우고 2월 초 요코하마항에 들어온 크루즈선에 대한 초기 대응을 제대로 못해 국내외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도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사람 목숨보다 올림픽 흥행을 우선했다는 지적에 대해 아베정부는 자유롭지 못하다.

출국 전 TV방송을 보고 크루즈선 감염자 급증으로 공포에 휩싸인 일본사회를 예상하고 간사이공항에 도착했다. 하지만, 일주일 동안 만난 업체 관계자나 현지인들은 대부분이 차분하고 평온했다. 마스크나 식료품을 사재기하는 사람을 찾아보긴 어려웠다. 지난 주말 저녁, 고베 시내 이자카야는 손님들로 시끌벅적했다. 이들이 ‘무신경’한 건지, ‘태연’한 건지, 아직 평가하긴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대지진이나 태풍 등 자연재해를 다반사로 겪는 일본인들은 인내심이 많고, 냉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9년 전 동일본대지진 발생 당시 후쿠시마원전 현장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한국과 일본이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여 있다는 사실도 거듭 실감했다. 지난해 7월 일본의 대한국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로 제조업에서 양국 간 서플라이 체인망의 높은 의존도가 드러났다. 이번 코로나 사태도 두 나라가 경제·사회적으로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줬다.

얼어붙은 한일관계에다 코로나 공포로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들어 교토, 오사카의 인기 관광지와 쇼핑몰은 한산했다. 한일 간 왕래객 감소 여파로 양국의 항공, 여행, 숙박업계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도 올 1월에 전년 대비 10%, 이달에도(20일 기준) 30% 급감했다. 오는 4월 일본대학 입학과 일본기업 입사를 앞둔 한국 청년들에게도 코로나19의 불똥이 튀었다. 이번주 들어 우리나라에서 확진자들이 급증하면서 일본정부가 한국인 입국 제한에 나설 것을 우려해 일정을 앞당겨 일본으로 떠나는 젊은이들이 줄을 잇고 있다.

서울에서 비행기로 한 두 시간이면 후쿠오카, 도쿄 등 일본 주요 도시에 도착한다. 한국과 일본은 ‘일일 경제권’ 국가다.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양국의 연간 무역총액은 2억달러에서 851억달러로, 왕래자는 2만명에서 1049만명으로 급증했다(2018년 기준). 두 나라는 상대국의 자본, 인력, 시장을 효과적으로 활용,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 강국으로 성장했다. 국경이 없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초연결 사회로 묶인 한일의 지리적 운명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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