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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시사] 현재의 위기가 시사하는 점들

하루 만에 40원이나 폭등하던 환율이 갑자기 뚝 떨어진 적이 있었다. 원재료가 없어 셧다운 위기에 처했던 마스크 생산은 다시금 생기를 찾을 전망이다.

이 두 가지 사안은 현재 위기에 처한 한국의 외교와 경제에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던져준다.

우선 환율 관련 사안은 우리의 외교가 어디를 향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다. 우리 정부는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라고 말했지만 정작 중국이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곤 우리가 중국에 해준 수준에 약간 못 미치는 마스크와 방호복 제공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우리에게 현재 외환보유액의 15%에 해당하는 통화 스와프를 체결해줬다. 미국이 이런 통화 스와프를 체결해준 배경에는 신흥국이 경제위기에 빠질 경우, 그 여파가 자신들에게도 올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위기감도 한몫했지만 그 이유야 어쨌든 미국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파트너임은 확실하게 증명됐다.

우리 정부는 현재 외환보유액을 자주 강조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외환보유액이 안심할 수준이라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그리고 600억달러 통화 스와프도 충분한 수준이 아니고, 단지 다음에도 통화 스와프를 해줄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는 중요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한마디로 미국의 필요성은 세계적 경제위기가 심화될수록 높아질 것이라는 말인데, 예를 들어 통화 스와프 체결 직후 잠시 급락했던 원/달러 환율은 다시 오르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결국 우리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관계도 중요하지만 미국과의 관계 강화가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경제적인 관계는 외교나 안보와 분리해서 접근할 수는 없다. 즉, 국방·안보관계는 나쁜데 경제관계만 유독 좋을 수는 없다. 우리나라가 다른 국가가 대체할 수 없는 경제적 특성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그렇기에 우린 미국과 연결되는 모든 관계에 외교적 중점을 두지 않으면 안 된다.

또 하나 생각할 점은 바로 마스크 문제다. 우리 정부는 마스크의 핵심 원자재인 필터 부직포(MB) 53t을 순차적으로 수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정도 규모면 마스크 5300만장을 생산해낼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의 글로벌네트워크가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삼성 측이 해외 MB 제조업체와 계약해 수입한 뒤 이를 조달청에 넘기기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사안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흔히 지금은 거버넌스의 시대, 즉 협치의 시대라고 부른다. 여기서 협치란, 여야 간의 협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와 기업, 시장과 시민사회가 협력해 국가를 운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정도의 분화된 사회에서는 이런 거버넌스는 필수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국가를 운영하려 했던 것 같다. 적폐청산을 외치면서 대기업의 부정적 측면을 지나치게 부각시켜 부정적 인식을 보편화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대기업들이 모든 것을 잘하기만 했다는 것은 아니다. 고칠 점도, 개선해야 할 점도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 대기업을 ‘바로잡을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국가 운영의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문제다.

특히 지금 같은 세계적 차원의 경제위기에서는 대기업들이 정부를 대신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다. 마스크 문제가 바로 그 대표적 사례인데 이런 것 말고도, 우리나라를 입국금지 국가로 선정한 국가에 금지 철회를 요청하고 관철시키는 데도 기업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 대기업들을 ‘필요로 하는’ 외국 기업들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쪽으로 치우친 정부의 시각이 중립적으로 돼야 현재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정부 혼자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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