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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피렌체, 르네상스, 뉴 노멀

이탈리아 중부 도시 피렌체에는 700년이 넘는 역사의 ‘산타 마리아 누오바(S. Maria Nuova)’ 병원이 있다. 1288년에 문을 연 이 병원은 14세기 중세 유럽을 휩쓸고 간 흑사병(페스트) 광풍의 한가운데 있었다. 당시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이 병원에서 인턴으로 일하면서 인체 해부 연구 업적을 남겼다. 현재는 이탈리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있다. 흑사병은 1400년부터 200여년 동안 중세 유럽에서 크게 유행한 전염병으로 당시 유럽 전체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250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코로나19처럼 흑사병도 시작은 중국이었다. 높은 전염력은 코로나19와 비슷했다. 치사율은 더 높았다. 유럽에서도 초기에 이탈리아의 피해가 가장 컸다. 흑사병은 중세 유럽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전과는 다른 세계를 만들어 냈다. 흑사병 이전에 산타 마리아 누오바 병원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의 생활은 비참했다. 정상적인 신체활동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단백질과 지방도 섭취할 수 없었다.

그러나 흑사병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으면서 이들의 생활은 풍요로워졌다. 흑사병 이후 병원 노동자들이 받는 돈은 2배 이상 올랐다고 한다. 흑사병은 농노 해방으로 봉건제가 무너지고 자본주의가 싹트는 계기도 됐다. 교회의 권위도 무너뜨렸다. 변화의 바람은 피렌체에도 불었다. 흑사병의 온상이던 피렌체는 르네상스의 중심으로 거듭났다. 공화국 통치자인 메디치(Medici) 가문의 절대적인 지지와 후원으로 피렌체는 흑사병 이후 새로운 세계의 주인이 될 수 있었다. 인류를 공포로 몰아넣는 전염병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세상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정치인들과 달리 과학자들은 ‘몇 주 동안의 사회적 거리두기’로 코로나19가 끝날 수 없다고 단언한다. 해외유입과 산발적인 클러스터 감염으로 장기전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코로나19로 달라지고 있는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과거와는 다른 일상의 새로운 표준은 이미 생활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비대면 접촉이 선호되면서 선별진료소에서 도입됐던 드라이브 스루는 도서 대출, 음식 주문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반대로 경제, 사회의 틀을 규정했던 규제와 시스템은 느슨해지고 있다. 52시간제, 전통적인 출퇴근 업무 방식은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규제에 막혀 있던 원격의료서비스는 활기를 띠고 있다. 중국과 미국은 코로나19 원격 의료 플랫폼을 선보이고 감염 의심자에게 이 플랫폼으로 24시간 의료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원격 서비스는 교육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바이오산업은 코로나19에 신속 대응한 RT-PCR 진단키트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기업용 클라우드 서비스와 로봇의 활용도가 증가하면서 디지털 경제, 4차 산업혁명이 더욱 빨라지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19 시대에 전개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하려면 과감한 전략을 세우고 대비하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흑사병 시대 메디치 가문 이탈리아가 르네상스의 주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듯이 위기의 상황에서 새로운 질서가 뿌리내릴 수 있는 시스템을 지원하는 통치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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