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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잃어버린 2020년…디테일에 강해야 산다
“그야말로 ‘경제 전시상황’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3주년 특별연설은 여느 때와 달랐다. 호소력 짙은 감성도, 섣부른 낙관도 모두 걷어냈다. 행간 행간 “절체절명의 시간” “벼랑 끝” 등 범상치 않은 표현은 그만큼 ‘엄중’한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문 대통령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가 ‘경제’(22번)와 ‘위기’(19번)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파국이다. 문 대통령의 말마따나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는 세상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많은 이가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목숨을 잃었고, 세상은 일상을 잃었다.

4차혁명의 초연결 사회에서 ‘사회 빼기’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그러는 사이 ‘빼기’라는 산수는 사회 각 분야에 몹쓸 심술을 부렸다. 사랑하는 가족에는 빈자리가 생겼고, 일상은 ‘관계’ 빼기로 변했다. 가뜩이나 먹고 살기 빠듯한데 일자리는 빠졌고, 경제는 계속해서 음의 영역으로 떨어졌다.

“공장은 생산을 중단했고, 실직자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 대공황 이후 최악의 마이너스 성장에 직면했습니다. 바닥이 어디인지, 끝이 언제인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 실직의 공포는 영세자영업자, 비정규직, 일용직을 넘어 정규직과 중견기업, 대기업 종사자들까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문 대통령 특별연설)

코로나19 확산세가 무섭게 전국을 위협하던 3월께 수화기 너머 한 유통업체 임원의 침전(沈澱)한 농담(?)은 지금도 쓴웃음을 짓게 한다. “잃어버린 2020년입니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전 세계가 합의해서 20년을 지우고 새로 리셋하는 게 어떨까 생각할 때가 있어요.”

‘잃어버린 2020년’을 되찾기 위해 문 대통령은 ▷선도형 경제 ▷고용보험 적용 확대 및 국민취업지원제도 시행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한국판 뉴딜’ ▷인간안보(Human Security) 등의 해법도 내놓았다. 경제계도 “코로나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디지털 경제로 전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것은 적절한 방향”(대한상공회의소 이경상 경제조사본부장)이라고 화답했다.

‘뺄셈의 코로나’를 ‘덧셈의 포스트 코로나’로 되돌리기 위한 방향은 정해졌다. 하지만 방향이 덧셈으로 시작했다고 해서 결과도 덧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소득주도성장, 52시간 근무제에서부터 시작해 코로나 이후 마스크와 관련한 일련의 정책, 긴급재난지원금은 출발은 덧셈의 방향이었다. 하지만 추진 과정에서 많은 갈등 비용을 치러야 했고, 부작용도 낳았다. 때로는 정교하지 못한 정책으로 인해 그 진의마저 훼손되는 일도 있었다.

문 대통령이 이번에 내놓은 ‘포스트 코로나’의 방향성이 제 궤도를 걷기 위해선 디테일에 강해야 한다. 재정 문제에서부터 규제개혁, 사회적 합의까지 산적한 과제도 적지 않다. 과정의 디테일을 살피지 않으면 덧셈은 뺄셈이 된다. 또 하나,  “벼랑 끝”에 몰린 국민을 하나로 일으켜 세우기 위해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타자를 적으로 보기보다는 ‘깨달음의 계기(에마뉘엘 레비나스)’로 봐야 한다. 그래야 뺄셈은 덧셈이 되는 마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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