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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고 나면 시공사 바뀌는 서울 정비사업장, 왜?
흑석9구역 등 시공사 교체 속출
사업성 극대화 위한 ‘고육지책’
“시장위축·빈익빈 부익부” 우려도

정부가 도시정비사업장에 대한 규제 강화 정책을 펼치는 가운데 최근 서울 주요 재건축·재개발 조합의 시공사 교체도 잦아지고 있다. 어려워진 사업 환경 속에서 조합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법적 분쟁 등 이해당사자 간 갈등 격화로 업계가 전반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동작구 흑석동 흑석9구역 조합은 지난달 30일 총회에서 기존 시공사로 선정됐던 롯데건설과의 시공계약 해지 안건을 의결했다.

흑석9구역은 흑석동 일대 약 9만4000㎡을 재개발하는 사업으로, 공사비만 약 4400억원에 달한다. 당초 롯데건설은 ‘2811안’(28층 11개동)을 제시하면서 시공사로 선정됐다. 하지만 서울시의 반대로 이 계획이 무산됐고, 여기에 프리미엄 브랜드(르엘) 적용과 빠른 사업 진행 요구 등이 계속 제자리걸음에 그치면서 결국 시공사 교체라는 초강수로 이어지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합은 내달 중으로 신임 집행부 구성을 마친 뒤 새 시공사 선정 절차에 돌입하게다는 방침이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등이 참여 여부를 타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비사업장의 시공사 교체 사례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작년 초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조합이 HDC현대산업개발과의 시공계약을 해지한 데 이어, 인근 신반포15차 등 유사한 사례가 올해 초까지 이어지고 있다. 반포3주구와 신반포15차는 삼성물산을 새로운 시공사로 각각 선정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조합이 시공사 교체를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로 달라진 사업 환경을 꼽는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등 각종 규제로 인해 악화된 사업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한 재협상이 불가피해졌고, 이 과정에서 양측의 갈등이 야기됐다는 것이다.

법원은 최근 유사한 소송에서 사실상 조합 측에 더 무게를 실어줬다. 서울고법 민사4부(부장 홍승면·박지연·김선아)는 GS건설 컨소시엄이 서초구 방배5구역 조합을 상대로 낸 2000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조합은 50억원만 시공사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시공사가 계약 체결 후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계약 해지로 피해를 봤더라도 계약 초기 당시 기준의 피해 보상금을 전부 받을 수 없다고 봤다.

이 같은 사업 환경 변화 여파로 정비업계에서 대형사와 중견사 사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시공사로 선정받기 위해 후분양제는 물론 해당 기간 동안 공사비 조달과 금융비용을 놓고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브랜드와 금융능력이 (대형사 대비) 떨어지는 건설사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양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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