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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성파’ 에스퍼의 반기…트럼프, 국방장관 쳐낼까
“폭동진압법 발동 지지 안한다”
백악관 내부 ‘메아리 없는 외침’
에스퍼, 軍 원대복귀는 뒤집어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3일(현지시간) 흑인 사망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대 진압을 위한 군병력 투입을 강행할 뜻을 갖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에 반기를 드는 발언을 해 백악관 안팎이 요동치고 있다. 에스퍼 장관이 지난 3월 18일 백악관 기자실에서 발언하는 걸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보고 있다. [EPA]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은 3일(현지시간) 오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항의시위에 대한 강경 진압론 관련, “법 집행에 병력을 동원하는 선택지는 마지막 수단으로, 나는 (군 동원을 위한) 폭동진압법 발동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 폭력 시위자를 폭도로 판단, 군을 동원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는 데 반기를 든 것이다. 백악관 안팎에선 곧바로 에스퍼 장관의 경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그러나 오후 들어 워싱턴DC에 배치한 군 병력의 원대복귀 명령을 뒤집은 걸로 파악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브리핑을 자청, 시위 진압에 군을 활용할 때가 아니라는 취지의 소신 발언을 했다. 일부 도시의 시위가 폭동 양상을 보이자 트럼프 대통령이 폭동진압법 발동을 시사했지만 올바른 판단이 아니라고 반대한 셈이다. 미 언론은 에스퍼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충성파’로 분류된다는 점, 이날 브리핑 내용을 백악관은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점 등을 들어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에스퍼 장관은 지난 1일에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인근 세인트 폴 교회 방문에 대해서도 “동행하게 될 줄은 알았지만, 사진촬영을 하는지는 몰랐다”고 했다. 평화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키고 트럼프 대통령과 핵심 참모들이 사진을 찍었다고 맹비난을 받았던 ‘이벤트’였다.

에스퍼 장관은 군의 정치화에 대한 비난이 일고 있는 데 대해선 “나는 국방부가 정치에서 떨어지도록 노력하고 있는데 대선에 다가가고 있어 최근 매우 힘든 일”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에스퍼 장관의 발언은 그러나 백악관 내부에선 ‘메아리 없는 외침’으로 다뤄지는 분위기다. 당장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필요하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폭동진압법을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관심은 에스퍼 장관이 자리를 보전할 수 있느냐에 쏠렸다.

매커내니 대변인은 기자들이 거듭 트럼프 대통령이 에스퍼 장관을 신뢰하느냐고 묻자 답을 회피한 끝에 “현재까지 에스퍼 장관은 여전히 장관”이라며 “대통령이 신뢰를 잃으면 여러분이 제일 먼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고 해도 에스퍼 장관이 직을 유지할지 의문이 제기돼 왔는데 오늘 발언으로 낙마 시점이 빨라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있다”고 했다.

에스퍼 장관의 ‘항명’ 시효는 하루도 넘기지 못한 걸로 볼 만한 정황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등에 따르면 에스퍼 장관은 애초 미 각지에서 워싱턴DC 인근으로 집결한 병력 중 200명을 노스캐롤라이나로 복귀시키라고 지시했지만 백악관 회의에 다녀온 뒤 이를 뒤집었다는 것이다. 에스퍼 장관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났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라이언 매카시 미 육군장관은 이날 오전 10시께 약 200명의 82공수부대 병력을 노스캐롤라이나 포트브래그 기지로 돌려보내라는 지침을 받았지만 몇 시간 뒤 에스퍼 장관이 이 결정을 번복했다는 전달을 받았다고 전했다.

군 수뇌부가 시위 진압에 병력을 투입할지를 놓고 혼선을 빚는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도 최악은 피하고 싶다는 뜻을 언론에 피력했다. 그는 이날 인터넷매체 뉴스맥스와 인터뷰에서 군 투입 관련, “그건 상황에 달려 있다”며 “우리가 그래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짐 매티스 전 국방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인을 통합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내 일생의 첫 대통령”이라며 “시민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하고 의도적으로 국민을 분열시키려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트럼프 행정부에 몸담고 2018년말 물러난 그는 그동안 군출신은 정치와 거리를 두는 게 의무라고 말해왔단 점에서 놀라운 변화라고 현지 언론은 지적했다. 홍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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