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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인규의 현장에서] 진정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란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의료계의 첫발을 내디딘 젊은 의사들의 애환과 의사라는 특별한 직업을 가진 그들만의 사명감을 잔잔한 감동과 함께 풀어나가 좋은 반응을 얻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덕분에 챌린지’의 주인공이 왜 그들이어야 하는지도 수긍이 가는 드라마였다.

그런 젊은 전공의들이 거리로 나왔다. 지난 7일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주최한 서울 집회에는 인턴·레지던트 7000여명(주최 측 추산)이 참여했다. 서울 이외 대전, 대구, 부산, 광주, 강원, 제주 등 거의 모든 지역에서도 전공의들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향후 10년간 매년 의대정원을 400명씩, 총 4000명을 증원하겠다는 발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나타내기 위해 거리에 나왔다고 했다. 다행히 일선병원들의 대비 덕택에 큰 혼란은 없었다. 하지만 전공의에 이어 14일 대한의사협회가 파업을 예고하면서 개원의들의 집단 휴진이 예상된다.

전공의들은 병원 대신 거리로 나간 이유에 대해 단순히 의사 ‘수’의 문제가 아닌 배치와 지역·전공별 불균형이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전공의들의 파업 이유에는 그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도 있다. 집회에 참여한 한 전공의는 “힘듭니다. 지칩니다. 병원에서 일하지만 아파도 병원갈 엄두를 못 냅니다”라며 힘들고 열악한 환경을 토로했다.

정부의 이번 의대 정원 확충의 핵심은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것만은 아니다. 확대되는 정원 400명 중 300명은 지역 의사, 50명은 역학조사관 등 특수 전문분야 의사, 50명은 의과학자로 양성하게 된다. 즉 취약한 공공의료 분야 전문가를 길러 코로나19 상황과 같은 위기에 대응하고 의료 서비스의 지역 간 편차를 줄이겠다는 복안이다. 더구나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비교해 의사 수가 부족한 실정이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의사 수는 10만여명으로 OECD 평균인 16만명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번 의대 정원 확대는 부족한 의사 수를 채우는 것도 있지만 공공의료인을 양성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젊은 의사들의 의견과 울분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매번 정부 정책과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하는 집단행동이 최선일지는 진중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더구나 지금은 코로나19와 함께 전국에 집중호우로 힘든 시기다. 어느 때보다 의사들의 손길이 필요한 상황에서 국민의 건강권을 볼모로 파업이라는 카드를 너무 쉽게 꺼내는 의사들에게 사람들은 박수를 보내지 않는다. 그들의 행동은 의미 전달은 되었지만 설득은 되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공공의료의 중요성은 설명이 필요없을 만큼 중요한 이슈가 되었고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의사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이 시대의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면 정부도 그 과업을 일선에서 직접 책임져야 할 의사들과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소통으로 해결책을 찾아야한다. 토론하고 설득하고 양보하고 합의하는 자세로 서로 임한다면 국민도 박수를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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