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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김법민 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 교수] 바이오헬스 분야에서 활약할 ‘의사과학자’가 필요하다

특정 산업의 미래를 논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가 우수한 인력의 유입 여부라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연구개발의 비중이 큰 융합산업인 의료기기, 신약 등 바이오헬스 관련 산업의 경우 더더욱 그러하다.

바이오헬스 분야가 미래형자동차, 시스템반도체와 더불어 미래 국가 신성장 사업으로 부각된 것은 당장의 성과 외에 미래 발전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받은 것이 또 다른 이유다. 바이오헬스 산업의 핵심인력 중 한 축을 구성하는 ‘의사과학자’는 영어로 ‘physician scientist’로 표기한다. 이들은 의과대학을 졸업한 의사면허 소지자로서 환자를 진료하거나 관련 질병을 연구하는 동시에 전일제 대학원 과정을 거치고 기초연구를 해나가는 의사로 정의될 수 있다.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의과대학 교육에서부터 지원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14년까지 25년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의 약 37%, 미국국립보건원(NIH) 감독관의 69%, 바이오메디컬 분야 미국국립과학아카데미 Class IV 구성원의 60%, 상위 10개 제약회사의 수석과학자급의 70%가 의사과학자일 정도로 바이오헬스분야 전반에 걸쳐 의사과학자의 비중이 높다. 이들은 ‘미국의 힘’으로 표현될 만큼 그 입지가 굳건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경우 전문화되거나 특화된 의사과학자 교육프로그램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K-바이오’를 전 세계적으로 부각시킨 우리의 코로나 대비책은 ‘메르스 사태’로 인한 사전학습 효과가 결정적이었지만 고유의 ‘빨리빨리 문화’도 상당히 기여했다. 하지만 더 어려운 부분은 지속성 여부다. 의료기기의 경우, 체외진단의료기기 포함, 식약처 분류상 2366종이 존재하지만 다양한 융합과정을 통해 실질적으로는 2만종이 넘는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게 종류가 많은 이유는 다양한 임상의 수요를 반영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것이기 때문이다. 임상환경과 관련 기초기술을 동시에 이해하고 있는 의사과학자는 이러한 측면에서 바이오헬스 분야의 발전을 위한 필수 인력군이라고 볼 수 있다.

국내에서도 KAIST에서 2006년 이후 임상의를 대상으로 하는 전일제 박사과정을 운영하고 있고, 서울대 의대에서 ‘6+1년’ 형태의 의사과학자 양성과정을 만드는 등의 노력을 보인다. 이 밖에 의과대학에서 다양한 분야에 학생들이 노출돼 임상진단 외 기초학문, 또는 타 분야에 관심을 두도록 특화된 커리큘럼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영향력이 큰 일부 의과대학에서 이러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지만 범의료계적인 공동의 노력 및 공공영역에서의 체계적인 지원 없이 지속 가능한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연구중심병원이 지정되고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으려면 이러한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나라 의과대학에는 최고의 수재들이 모여 있다. 이들이 임상진료 외 타 분야에 관심을 두도록 이끄는 일은 더 이상 옵션이 아닌 시대적 사명으로 여겨진다. 설문조사를 해보면 연구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과정 이수 이후 진로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섣불리 뛰어들기를 주저하는 인력이 많다. 미국국립보건원의 ‘MSTP(Medical Scientist Training Program)’이나 ‘K99/R00’ 등과 같은 의사과학자 진로 지원책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를 기대해본다. 의사면허 인력에 대한 추가적인 혜택이라는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바이오메디컬 분야의 국가경쟁력 확보라는 차원에서 국민의 폭넓은 이해를 구하는 노력도 필수적이다. 토목건축, 조선, 반도체산업 등 그간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을 이제 바이오헬스 산업이 이어받아야 한다. 의사과학자가 그 새로운 도전의 중심에 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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