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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시대 미래 도시의 모습은?
최고의 도시전문가, '글로벌폴리스' 제안
도시인구 급증, 지속가능 자립 모델 제시
에너지와 물질 소비 5분의1 수준 디자인
수직숲, 지하농장, 재활용시설은 에너지원으로

도시 패러다임 변화 코로나 19로 가속화
비접촉 만남 위한 구획된 개방공간 필요
생활환경 변화는 의식과 체제도 바꿔
“우리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공간과 사물이 우리가 세상과 맺는 관계 뿐만 아니라 삶의 기회와 관점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고 있는 현실에서 미래의 도시에서 허용되거나 가능한 공존이 방식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도시의 미래’에서) 사진은 싱가포르의 슈퍼트리.

밀라노의 수직 숲 건물

‘국가 단위로는 다양한 글로벌 현황들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없는 만큼 국가를 대신해 도시 네트워크가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세계적인 건축가이자 함부르크 미술대 디자인 이론학과 교수인 프리드리히 폰 보리스 교수가 제시해온, 국가의 개념을 뛰어넘는 미래형 거대 도시 ‘글로벌폴리스’의 개념이다.

그렇다면 코로나 19로 각국이 국경을 폐쇄하고 입국금지 등의 조치를 취하는 등 국가주의가 강화되는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 글로벌폴리스는 여전히 유효한 개념일까?

보리스 교수는 도시개발자인 벤야민 카스텐과의 공저 ‘도시의 미래’(와이즈맵)에서 코로나 시대, 글로벌폴리스로의 방향성이 오히려 뚜렷해졌다고 말한다. 즉 “국가주의로의 귀환은 수송문제에 따른 결과이자 역량 부족으로 인한 ‘마지막 몸부림’”이라며,“국가 차원이 아니라 ‘도시’의 정치적 역량을 키우고 전 세계적 연대 조직을 강화시키는 것만이 코로나 19의 해결에 다가설 수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다만 코로나19로 드러난 도시의 취약성을 분석, 더 탄력적일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가령 글로벌폴리스의 특징으로 꼽히는 높은 밀도의 도시공간과 공적 공간의 확대와 관련, 코로나 이후 수정이 필요함을 인정한다.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상황에 맞춘 효율적인 설계와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고도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고, 웰빙의 삶을 누릴 수 있는 적절하게 구획된 개방공간과 녹지 공간의 확보가 관건이다. 공간의 집단적 이용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면서 고립감을 느끼지 않는 공간 설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동수단 역시 저자들은 친환경적 공유이동 수단을 제안했던 데서 코로나 19시대 생태학적으로 더 급진적으로 나아갈 가능성을 본다. 즉 이동 대신 디지털기기로 의사소통을 대신하고, 필요한 경우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으로 도시가 자체적으로 조직을 꾸려가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저자들의 미래도시 글로벌폴리스 구상은 애초 도시의 한계에서 비롯됐다. 도시 인구는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만 해도 인구 절반이 수도권에 몰려있다. 독일의 경우 전 인구의 75퍼센트가 도시에 살고 있으며, 탄자니아의 다르에스살람은 앞으로 10년간 500만명에서 10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는 세계 에너지의 약 75퍼센트를 소비하고, 약 80퍼센트의 탄소가스를 배출한다. 문명화의 상징인 도시가 인류의 미래를 좀먹고 있는 셈이다.

저자들은 현재 성장주의, 세계화 시스템으로는 인류의 미래가 불안하다는 인식 아래 ‘우리 모두가 의미 있고 평화로우며 행복한 삶을 살아가려면 어떻게 도시를 디자인해야 할까’란 질문을 던진다.

기후 중립적이고 쓰레기를 양산하지 않으며 소비되고 있는 물질과 에너지의 5분의1 수준으로 좋은 삶을 누리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이 그리는 미래의 도시는 자연과 도시가 분리되지 않고 공존한다. 고립된 섬으로서의 공원이 아닌 생활 곳곳에서 녹지화가 이뤄진다. 건물의 외관을 식물이 덮거나 지붕 위 녹지조성, 수직적인 녹지도 가능하다. 싱가포르의 ‘슈퍼트리’는 철근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인공나무로 태양전지를 갖추고 있고 에너지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 코펜하겐에는 홍수방지용 녹지와 공기를 발생시켜 도시를 통과시키는 구역 등이 존재한다. 저자들은 ‘서울로 2017’과 ‘청계천복원사업’ 등도 도시의 녹색구역으로의 공간 재조정의 한 사례로 제시했다.

미래의 도시는 에너지나 식량, 건축 자재를 더 이상 외부에서 반입하지 않고 직접 생산하는데, 그동안 미움받았던 발전소나 하수처리장, 재활용 시설들이 그 중심 역할을 하게 된다. 데이터센터 주변에 주거지를 만들어 폐기열로 난방을 하는 ‘스파크’, 건물의 벽과 지붕에서 자라는 식물들을 일종의 발전소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시민들이 소비하는 식량은 지하농장이나 옥상 농원 등에서 공급하게 된다.

책은 최근 각국에서 진행된 다양한 시도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주민들의 반발이 심한 쓰레기소각장을 지역난방을 위한 열병합 발전소로, 여름에는 등산을 하고 겨울에는 스키를 즐길 수 있는 인공산으로 꾸민 코펜하겐의 아마레르 자원센터는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홍수나 태풍 등 기후 변화로부터 맨해튼을 보호할 목적으로 만든 녹지공간 빅 유, 밀라노의 고층건물을 수직형 도시 숲으로 꾸민 보스코 베르티킬레 등 공간 및 건물 설계를 통한 사회 및 자연재해 해법이 눈길을 끈다. 이런 시도들의 중심엔 유명한 건축가들이 있으며, 이들은 미감과 기능성, 친환경적 설계를 통해 도시의 랜드마크를 만들어내고 있다.

저자들의 시각은 공간이 정치체제까지 결정한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아테네의 민주정을 만들어낸 도시국가 폴리스에서 따온 글로벌폴리스라는 용어에는 전 세계적인 도시 네트워크 뿐만 아니라 주거공간 구조가 정치적 조직 단위가 돼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친환경적인 시스템 뿐만 아니라 주민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민주적으로 결정하는 정치조직으로서의 도시라는 점에서 유토피아적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도시의 미래/프리드리히 폰 보리스 지음, 벤야민 카스텐 지음, 이덕임 옮김/와이즈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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