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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코뷰#1] 대기과학자 조천호, “우리는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세대”
-조천호 대기과학자, 전 국립기상과학원 원장 인터뷰
-기존의 성장방식을 고수하겠다는 것은 다같이 멸망하자는 것
-지속가능한 가치를 생각하며 세상을 바꿔가야

54일동안 이어진 역대급 장마에 수몰된 여름, 쉴 틈 없이 몰아친 태풍으로 상처만 남은 지난 여름. 기후위기를 외면하던 이들에게도, 기후위기를 이미 심각하게 여기는 이들에게도 지난 여름은 기후변화의 가장 명확한 증거였을지도 모른다. 올 여름의 장마와 태풍은 정말 기후위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기후위기는 얼마나 심각한 것일까?

에코뷰의 첫 인터뷰이로 나선 전 국립 기상과학원장이자 대기과학자 조천호 박사는 “우리 세대가 기후위기를 인식하게 된 첫 세대이자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세대”라며 다급함을 표했다.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세대로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 것일까?

헤럴드 CUT | ■ 에코뷰 (에코인터뷰, 환경을 보는 눈 Eco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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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지구가 티핑포인트(임계점을 넘어 걷잡을 수 없이 폭발하는 순간)를 넘어섰다는 연구결과도 있는데. 지금 지구는 어떤 상태인가?

▶지난 산업혁명 이후 현재까지 100여 년 동안 지구 평균 기온이 1℃가 상승된 상태인데, 이는 위험을 감지를 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여기서 0.5℃가 더 오르게 되면 전세계적인 기후위기를 체감하게 될 것이고, 거기에 0.5℃가 더 더해져서 지구평균기온이 총 2℃ 이상 상승되면 그때 지구는 회복력을 상실한 상태, 즉 '티핑포인트'를 넘어간다고 할 수 있다.

-기후위기는 단순히 ‘기후’ 의 측면에서만 아니라 사회, 경제, 안보의 문제까지 영향을 준다고 하는데 아직 체감을 못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기후위기는 결국 전세계 지정학적 불안정을 야기한다. 해수면의 상승으로 누군가 살고 있는 땅이 없어지게 되고, 이로 인해 난민이 생긴다. 현재 온도 기준으로 1℃ 상승할 경우, 현 거주지 거주불능 난민이 약 7억명 정도의 난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국제정세로만 알고 있던 영국의 브렉시트 역시, 기후변화로 인해 나비효과를 일으킨 사례이다. 2010년 러시아 가뭄으로 인해 밀 수출이 중단되자 세계 밀 공급에 문제가 생기고, 식량이 부족해진 아랍국가들의 폭동과 내전으로 이어져 시리아 난민들이 유럽 국경을 넘게되고, 이에 난민 수용을 반대한 영국이 EU탈퇴를 선언한 것.

400만명의 시리아 난민 문제로도 이러한 파장이 오는데, 지구온도 1℃ 상승으로 오는 7억명의 난민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기후위기를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아지지만, 음모론이라는 사람들도 있다. 그 양극에 툰베리라는 소녀와 트럼프 대통령이 있다.

▶늘 화난 툰베리의 표정이 화제다. 나는 앞으로 기후위기가 본격화되면 지금 어린 세대가 우리를 저렇게 보겠구나, 라는 위기감이 있다. 다음 세대는 편익도 없이 위험만을 고스란히 받아야하는 상황이니까.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성장의 편익을 본 원인제공자와, 이익 없이 이를 처리해야 하는 책임을 진 세대가 다르다. 이 세대 불평등의 문제는 분명,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내가 살아갈 세상을 왜 이렇게 만들었느냐” 에 대한 물음에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는 기성세대는 얼마나 있을까.

반면 트럼프가 부인하는 이유는 진영의 논리에서 비롯된 것인데, 기후 변화는 증거가 있고 합리적인 설명과 끊임없는 반증으로 살아남은 진리, 즉 과학이다. 미국의 대통령이 부정한다고 해서 부정되는 성격이 아니다.

-현재 기후위기에 대한 우리나라의 소극적 대응의 이유 중 하나는 경제성장 하락에 대한 우려인 것 같다. 경제성장과 기후위기 대응, 공존이 가능할까?

▶경제성장을 고려하면서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 지금 그렇게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다. 전시상황 수준의 대응을 해야지 겨우 1.5℃ 상승을 막을 수 있다. 전쟁이 났는데 경제성장을 고려한다?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코로나를 겪으며 한때 외국에서 사재기로 인해 마트에 휴지가 없어서 사람들이 상당히 불안해 했었다. 그런데 기후위기의 파급력은 휴지뿐 아니라 모든 식품, 생필품을 구할 수 없게 된다고 상상하면 된다. 이 얼마나 공포스러운가?

그 위기에서 경제 성장을 계산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현재의 성장위주 방식을 고수할 것인가, 아니면 세상을 바꾸고 나를 바꿔서 지속가능한 세상에서 살 것인가. 스스로 질문하고 가치를 생각해 봐야 하는 시점이다.

-들을수록 두려워진다. 텀블러 사용, 분리수거 잘하기도 좋지만 개인의 실천만으로는 힘에 부친다 싶기도 하다. 우리 개인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2019년 뉴욕에서는 2050년까지 새로 짓는 건물뿐 아니라, 기존 건물들 조차도 최고의 열효율을 낼 수 있도록 전면 개보수를 진행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건물주들에게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보니 법안 반대 로비가 상당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과된 이유는 뉴욕 시민들이 이 법을 추진해 줄 의원들을 뽑았기 때문이다. 프랑스 파리에서도 기존 시내 주차장의 2/3 이상을 없애겠다고 한, 사실상 시내 자동차 운행을 금지하겠다는 공약을 건 시장이 재선에 성공했다.

우리나라에서 경제성장에 방해가 된 환경 관련 법안이 통과된 적이 있나 되돌아보면? 본 적이 없다. 우리도 그런 사람을 뽑아야 한다.

*인터뷰 풀버전은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알림 환경에디터 heraldec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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