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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3년 차 배우 양동근의 새로운 시작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뉴스24팀] 신정원 감독의 신작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이후 '죽밤') 언론시사회가 끝나고 열린 간담회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시사회 도중 웃음이 종종 터져 나왔고, 배우들은 여전히 즐거웠던 촬영 현장에 있는 듯 보였다.

그중에서도 닥터 장 역을 맡은 양동근은 유독 상기된 상태였다. 9살의 나이에 데뷔해 연기 33년 차. 웬만한 일에는 시큰둥할 법한 경력이지만 그는 이제 막 첫 작품으로 데뷔한 신인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 개봉을 앞두고 최근 만난 양동근은 "현장에서 만들어 가고 즐기는 경험이 처음이었다"며 짧지 않은 연기 생활은 "'죽밤' 전과 후로 나뉜다"고 단언했다.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배우 양동근의 첫 번째 이미지는 시트콤 '뉴 논스톱'(2000)과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2002)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래퍼라는 직업이 주는 고정관념까지 더해지며 양동근은 그 누구보다 '자유로운 영혼'일 거라는 생각은 오해였다. 어린 나이에 배우 생활을 시작한 그는 현장에 가기 전 완벽하고 철저하게 준비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렇게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는 두려움과 자신 안에 있는 많은 것들을 비워내고, 비로소 즐길 준비가 됐을 때 이 작품을 만났다고 했다.

"틀에 박히고 식상한 것에 이골이 난 상황이었어요. 닥터 장은 제가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라 좋았고,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기에 새롭게 해 볼 수 있겠다 싶어 구미가 당겼죠."

신 감독의 코드가 "여전히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좋았다"는 그는 "모든 걸 이해하고 준비하고 간 현장에서 묵묵히 할 일을 하는 것보다는 현장에서 만들어 갈 수 있겠다는 기대와 즐긴다는 마음이 생겼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고 싶다"고 했다.

지구를 점령하러 온 '언브레이커블'의 정체를 파악한 미스터리 연구소 닥터 장은 전기에 취약한 언브레이커블을 감전 시켜 죽이려다 자신이 감전된 이후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웃음 폭탄을 던진다.

그는 "사실 그게 왜 웃긴지 지금도 이해가 안 되는데, 도대체 그게 뭔지 궁금해서 와 본 것"이라며 "예전의 나라면 '이게 뭐야' 하면서 안 했을 것 같은데 이번에는 보물 지도를 보고 여기에 뭔가 숨겨져 있을 거라는 느낌에 여행을 떠난 것"이라고 했다.

촬영 현장에서 신 감독은 감전된 이후의 닥터 장을 볼 때마다 웃음을 참지 못해 스태프와 배우들의 타박을 들었을 정도로 양동근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지만, 그는 "이건 100% 감독의 영화"라고 했다.

"(신정원 감독의 데뷔작인) '시실리 2㎞'를 봤을 때 오래전이라 희미한 기억이지만 되게 독특했어요. 익숙하지 않은데 계속 보게 되는 거였고, 이번에도 똑같았어요. 감독님이 빨랐던 것 같아요. 사람들의 의식도 예전과는 많이 다르고 장르에 대해서도 많이 열리고, 감독이 앞서갔구나 싶었죠. 요즘 시대에 어울리고 사랑받을 수 있는 코드인 것 같아요."

'네 멋대로 해라'는 20대의 양동근에게 '이 작품을 하고 바로 죽었으면 제임스 딘이 됐다'고 말할 정도로 넘어서고 싶고, 부담스러운 꼬리표였다고 했다.

"그 꼬리표를 제 안에서 떼어 내는 데 20년이 걸렸어요. 10년 동안은 더 멋있는 걸 하고 싶었는데 안 됐고, 또 10년 동안은 넘을 수 없는 거구나 받아들이고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했죠. 40대가 된 지금에서야 그 부담감으로부터 자유로워졌고, 그걸 기준으로 사고하지 않기로 했어요."

그는 "히스 레저가 '조커'로 기억되듯 '네 멋대로 해라'를 남겼으니 더 이상 욕심이 없다"며 "이제부터가 다시 시작"이라고 했다.

"어렸을 때 '남자 배우는 40부터'라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 말이 정말 힘이 돼요. 지금까지는 연습 게임이었고, 인생은 지금부터인 것 같아요. 그 시작이 이 작품인 거네요."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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