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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與 속도집착 ‘정책 조급증’이 전세난 키웠다
野 반대에도 시뮬레이션·시범지역도 없이
3일만에 ‘초스피드’ 통과·시행 결국 화 자초
추가대책 예고했지만 유용한 카드 없어 고민

정부와 여당이 일방통행으로 추진한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이 최근 거세지는 ‘가을 전세대란’의 진원지로 지목받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법 개정 여파로 전세 난민이 될 처지에 놓였다는 웃지 못할 소식도 전해졌다.

이와 관련, 야권과 부동산업계를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의) 선의는 인정하지만 법 개정안 통과 당시 졸속 심사가 결국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임대차법 개정 과정에서의 실책을 인정하고, 현재 검토 중인 전세 대책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임대차 3법의 내용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지난 7월 30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가운데 전월세신고제를 제외한 나머지 임대차 2법은 본회의 다음날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후 당일부터 곧바로 시행됐다. 같은 달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개정안이 일사천리로 통과된 것까지 포함하면 불과 3일 만에 ‘초스피드’로 법안이 처리되고 시행된 것이다.

당시 임대차 3법은 통상적인 절차가 아닌 우회적인 방식으로 처리됐다. 국회법을 보면 법안 상정 등 의사일정은 원내교섭단체 간사 간의 협의를 통해 정한다. 법안이 상정된 뒤에는 제안설명·전문위원 검토보고·대체토론·소위원회 심사·축조심사·찬반토론·표결 등의 절차를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임대차보호법 개정은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간사와 별도의 협상 없이 상정됐다. 여기에 소위가 구성돼 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위 심사도 생략됐다. 통합당의 반발 속에 민주당은 기립표결로 해당안을 상정·통과시켰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반대하는 차원을 넘어서 (임대차 3법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전월세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건지 일차적으로 효과를 검증해야 한다”며 “또 시행을 하더라도 시범지역을 정해서 서민에게 도움이 된다면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민주당 측은 “추가 논의보다 속도가 더 중요하다”면서 법안을 밀어붙인 바 있다.

하지만 9월 이후 수도권 주택시장에서 전세난이 심화하면서 일방적으로 법안을 추진했던 정부와 여당이 수세에 몰린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임대차 3법의 부작용을 얘기했지만 (정부와 여당이) 귀기울이지 않고 졸속으로 무리하게 밀어붙였다”며 “지금 보완한다고 해도 이미 시행된 법을 상태로 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지만, 지금이라도 사과하고 그나마 남은 보완책을 찾으라”고 촉구했다.

전세시장 혼란이 가중되면서 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홍 부총리는 15일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새로 전세를 구하시는 분들의 어려움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추가 대책 마련을 예고했다. 하지만 정부가 당장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은데다, 섣부른 대책으로 시장이 오히려 악화될 수 있어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이 가운데 국토교통부는 향후 ‘전세 낀 집’을 매매할 때 전세로 살고 있는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보유 여부를 알 수 있도록 기재하는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세입자가 있는 주택을 사려는 매수자는 해당 주택의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실제 세입자가 청구권을 실제로 행사할지 여부는 알 수 없고, 매매 계약 당시의 의사를 번복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는 반박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작용 등 충분한 검토 없이 임대차법 개정안을 추진한 것이 결국 화를 키웠다”면서 “획기적인 공급 확대 이외에는 추가 대책이 나오더라도 전세시장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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