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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아는 자가 되거나 아는 자와 함께 하거나

“내년은 우리도 모른다. 지금 당장 따라잡기도 벅차다.”

한 세무사의 토로다. 요즘 세무사는 때아닌 호황이다. 반갑지만은 않다고 한다. 하루가 다르게 제도가 바뀌니 따라가기도 벅차다는 거다. 전문가도 벅차니 범인(凡人)들은 오죽할까.

규제가 촘촘해지고 복잡해질수록 오히려 격차가 벌어지는 건 아이러니하다. 경험과 재력을 갖춘 이들은 복잡한 룰 속에서 세무사, 법무사, 재무설계사 등과 함께 최적의 전략을 찾아낸다. 그렇지 못한 이들은 두 가지의 선택지뿐이다. 주경야독 ‘열공’하거나, 그냥 접거나. 이 같은 현상은 주식시장에도 유사하게 적용된다. 저금리에 부동산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증시는 역대급 호황을 누렸다. 코로나 사태가 결정타였다. 지난 3월 19일 1439.43로 떨어진 코스피는 불과 5개월 만에 2458.17까지 치솟았다. 유례없는 급등장이었다. 대박 사례를 목도한 이들이 앞다퉈 증시에 뛰어들었다. 더 떨어질 바닥이 없는 코로나 증시에선 손해를 보려야 볼 수 없는 판이었다. 주식으로 손실 본 이를 찾는 게 더 어려웠을 지경이다. 당연히 ‘주린이’는 달콤한 성과를 맛봤다.

일각에선 “개미의 승리”라고 호평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현재까진 개미의 승리”라고 하는 게 맞다. 본 게임은 이제부터다. 코로나 사태로 유입한 신규 개미 대부분은 잃어본 경험이 없다. 이젠 복잡한 게임이다. 복잡한 룰 속에 전문가를 대동한 이들만 살아남는 부동산처럼, 주식 역시 대충(?) 적당히 투자해도 수익 보던 시기는 끝났다.

공모주 광풍이 대표적이다. 한국투자증권이 공기업인 줄 알고, 삼성 주식은 삼성증권에서만 살 수 있다고 아는 이들마저 공모주 청약에 참여했다. 58조원이란 천문학적 돈은 그렇게 모였다. 잃어본 경험 없는 신규자금이 앞다퉈 쏟아졌다.

최근 빅히트 주가 급락을 두고 메인스톤의 대량 주식 매도에 불만이 거세다. 투자자들이 청와대 청원까지 올렸다. 의무보호예수 제도에 문제 제기하는 건 이해되나, 왜 메인스톤이 주식을 대량매도하느냐고 토로하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룰에 문제가 있다는 것과, 룰 자체를 몰랐다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해외주식 광풍도 마찬가지다. 해외주식 투자에 가장 중요한 건 환리스크다. 원/달러 환율이 떨어질수록 수익을 고스란히 반납하게 된다. 서학개미의 3분기 해외주식 결제금액은 70조원을 돌파했다. 2분기보다 42%나 급등했다. ‘묻지마식’ 투심이 없었다면 달성하기 힘든 규모다.

지난 26일 원/달러 환율은 1130원대까지 무너졌다. 종가 기준 1130원대가 무너진 건 1년7개월 만이다. 원화·위안화 동조현상이 강해지면서 위안화 강세 여파가 커졌고, 글로벌 달러 약세도 겹쳤다. 환율은 고수조차 예측하기 힘든 영역이다.

직접투자는 성과도 손해도 온전히 본인의 몫이다. 성과를 볼 시기라면 직접투자가 큰 장점이지만, 판이 바뀐 시기라면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가장 명확하면서도 확실한 재테크 수단이었던 부동산 투자는 이제 아는 자들만의 리그가 되고 있다. 주식 투자는? 원래부터 아는 자들의 리그였다. 방법은 두 가지다. 아는 자가 되거나 아는 자와 함께 하거나. 둘 다 힘들다면 과감히 손을 터는 게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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