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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인사청문회 이원화 바람직하나 검증 소홀 경계해야

국회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 제도가 대폭 개선된다. 여야 원내대표가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인사청문회 제도를 바꾸기로 합의한 것이다.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하고, 정책 능력 검증은 공개로 하는 ‘청문회 이원화’가 그 골자다. 국회는 인사청문회법 개정을 논의하기 위한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 TF’를 구성키로 하는 등 후속 조치도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이미 국회에 발의된 개정안이 있으니 시간이 걸릴 것도 없다. 진작 손을 봐야 했는데 이제라도 제도 개선에 나선 건 다행이다.

지금의 국회 인사청문회는 그야말로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변질돼 있다. 대통령의 인사권을 의회가 견제한다는 차원에서 도입된 제도 본연의 취지는 오간 데 없고, 여야 정쟁의 장이 된 지 이미 오래다. 도덕성 검증을 이유로 야당은 후보자에 대한 망신주기식 질의를 쏟아내고, 여당은 이를 감싸기 급급한 모습이 끝없이 반복되고 있다. 정책 수행 능력에 대한 검증은 찾기도 어렵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야 간 거친 대치로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되기 일쑤다. 그러다보니 문재인 정부들어 청문보고서 채택없이 임명을 강행한 고위급 인사가 23명으로 역대 정권 중 가장 많았다.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제기돼 왔던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청문회 때문에 고위직을 기피하는 경향도 적지 않다. 문 대통령 역시 지난달 국회를 방문했을 때 “청문회 기피현상이 있어 좋은 인재 모시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청문회 제도 도입 이후 모든 정권은 이런 어려움 다 겪었다. 그런데도 정권이 교체되고 여야가 바뀌면 같은 행태가 되풀이되고 있다. 제도 개선이 이뤄지면 인재 등용 폭도 한결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인사청문회 대상자의 도덕성 검증 비공개는 맞는 방향이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검증의 소홀이다. 그동안 숱한 후보자가 투기, 탈세, 병역기피, 논문표절 등의 도덕적 문제점을 노출한 바 있다. 청문회가 비공개로 진행되면 그나마 이런 내용이 가려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더 세밀하고 강화된 사전검증 시스템 구축으로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켜야 할 책임이 있다.

차제에 의회 인사청문회가 더 무게감을 가질 수 있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의회가 보고서 채택을 거부하면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거나 최소한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그래야 고위공직 후보자들이 청문회 하루만 바짝 엎드려 ‘송구하다’는 발언만 반복하는 볼썽사나운 모습들도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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