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노동계엔 ‘현금’ 주고 경영계엔 ‘어음’ 준 경사노위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25일 발표한 ‘공공기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합의문’은 노동계의 손만 들어준 편파적 결정에 가깝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지속 발전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발표는 경사노위의 이름으로 했지만 이번 합의문은 산하기구인 공공기관위원회가 만든 것이다. 지난해 11월 발족한 공공기관위는 정부위원 3명, 근로자위원 3명, 공익위원 4명으로 구성됐다. 애초부터 경영계의 의견이 반영될 여지가 없는 구조다. 정부가 원하는 방향대로 직진성만 가진 기구였던 셈이다. 노동이사제는 이번 정부가 국정과제처럼 도입에 주력하던 내용이다. 결과는 뻔했다.

합의문에는 따르면 경사노위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해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을 국회에 건의하기로 했다. 말이 건의지 절대 다수여당인 21대 국회에선 이미 통과된 것과 마찬가지다. 심지어 입법전이라도 노사 자율 합의로 근로자 대표의 비상임이사 선임이 가능하도록 했다. 강제한다는 말만 없을 뿐 알아서 즉각 실시와 다름 없다. 공공기관장들이 임명권자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전의 김종갑 사장처럼 “여건만되면 노동이사제 도입에 먼저 손들고 나서겠다”는 인사도 있다.

반면 임금체계 개편은 후속 과제로 넘겼다. “객관적 직무가치가 반영되는 임금체계 개편에 노력하되 개별 노사 합의로 자율적·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연공서열형 호봉제 승급을 더 강화하려는 노동계다. 박근혜 정부 때 어렵게 진행시킨 능력급제를 모두 호봉제로 바꿔버린 그들이다. 다시 직무급으로 합의가 이뤄질 리 없다.

노사정위는 이번 합의를 ‘역사적 대타협’이라고 평가하지만 희망사항일 뿐이다. 노동계엔 ‘현찰’을 주고 경영계엔 ‘어음’을 지급하는게 대타협일 수는 없다. 노동이사제 도입은 이제 기정사실이지만 직무급제는 노력할 뿐 지급기일이 없는 어음이니 ‘줘도 그만 안 줘도 그만’이다.

원래 노동이사제와 임금체계 개편은 동시에 이뤄지지 않으면 안 될 일이다. 노동이사제는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해 발언권과 의결권을 갖는 제도다. 그들이 노조의 힘을 방패로 가로막으면 임금체계 개편은 요원해진다. 직무급제는 그대로 부도어음 처리된다. 그건 공공개혁의 좌초를 의미한다.

여파는 공공기관에서 그치지 않는다. 민간기업 노조들은 공공기업의 사례를 압박 수단으로 활용할 게 분명하다. 적어도 그걸 빌미로 다른 것을 얻어낼 수 있다. 노조만 전장에서 좋은 무기를 하나 더 얻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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