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대화와 타협은 실종되고 힘의 논리만 작동하는 국회

더불어민주당의 ‘힘의 정치’가 실망스럽다. 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과 상법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포함된, 이른바 공정경제 3법 등 핵심 쟁점 법안을 예상대로 힘으로 밀어붙였다. 야당의 거센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들 법안을 해당 상임위와 법사위에서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화와 타협이라는 최소한의 암묵적 관행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직 거대 여당의 무소불위 힘만 존재할 뿐이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입법 폭주’ ‘반민주적 폭거’라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허공을 가르는 무기력한 외침에 지나지 않았다. 심각한 ‘정치 실종’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정치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개탄스럽다.

더 황당하고 걱정스러운 것은 개정안의 내용이다. 가장 논란을 빚은 공수처법 개정안만 해도 그렇다. 검찰권을 견제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무엇보다 엄정한 정치적 중립성이 확보돼야 한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공수처장 추천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7명 중 6명에서 5명으로 완화했다. 야당 몫 추천위원 2명이 반대해도 후보를 추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야당의 비토권을 없애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고르겠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공수처법 입법 당시 “야당의 거부권을 보장하겠다”고 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도 결과적으로 빈말이 되고 말았다. 이런 상황이라면 설령 공수처가 출범해도 국민적 신뢰를 받기는 어렵다.

상법 개정안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공정경제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기업 활동을 옥죄는 독소조항만 가득하다. 더욱이 감사위원 선출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것은 위헌 소지마저 있다. 외국 투기자본으로부터 경영권 방어에도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이러니 재계가 강하게 반발한 것이다. 일부 완화 조항을 뒀다지만 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본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로 경제와 기업 환경이 어려운 판인데 굳이 이 시점에 상법을 개정해야 하는지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다수결 논리를 내세운 거대 여당의 입법 독주는 심각한 민주주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을 민주당은 직시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최근 추락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 실패, 법무부와 검찰 갈등 탓이라지만 대화와 타협 없는 입법 폭주 등 여당의 오만과 독선과도 무관치 않다. 권력과 힘의 남용 말로가 어떤지는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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