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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공수처, 정권수호처란 말 없도록 중립성 담보돼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이 여당의 강행 처리로 10일 국회를 통과했다. 여당은 법률이 규정한 공수처 출범 시한(7월 15일)이 다섯 달 가까이 지나 더는 지체할 여유가 없다는 논리를 폈다. 개정안 처리로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인 공수처는 이르면 내년 1월께 출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법 통과 직후 “늦었지만 약속을 지키게 돼 감회가 깊다”면서 “2021년 새해 벽두에는 공수처가 정식 출범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는 야당이 적극적이고 여당이 소극적이어야 하는데 논의가 이상하게 흘러왔다”고 했다. 공수처 표류의 책임을 야당에 돌리는 전형적인 유체이탈 화법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많은 국민이 공수처 공약을 지지한 것은 권력형 비리 근절이란 대의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특히 기소 독점권을 쥔 검찰의 자의적·임의적 권력행사와 제 식구 감싸기에 염증을 느끼던 터였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판·검사 등 7000여명의 고위공직자를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공수처는 문 대통령의 말 대로 야당이 정부·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기구다. 그러려면 야권이 동의할 수 있는 중립적 인사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번 공수처법 개정으로 공수처장 임명에 야당 측 위원 2명의 비토(거부)권이 사라졌다, 수사처 검사의 임명 요건을 변호사 경력 10년 이상에서 7년 이상으로 완화한 것은 판·검사 경력이 없는 민변 출신 변호사의 진입을 허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오해를 살 만하다.

현실은 현실이다. 이번 국회의 공수처법 개정에 여권의 187명이 찬성했다. 공수처법은 개정됐고 공수처 출범은 기정사실화됐다. 공수처장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이 지연 전술을 펴겠지만 무한정 막을 수는 없다. 따라서 공수처 구성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된 정부·여당은 권한만큼 책임이 막중해졌다.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위처럼 친정권 인사로 공수처를 채운다면 중립성·공정성 시비로 국민적 신뢰를 잃을 것이고 공수처의 위헌성을 제기한 야당의 주장에도 힘을 실어줄 것이다.

우리보다 앞서 민주주의를 실현한 국가들이 공수처를 두지 않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권력기관을 통제하기 위해 더 강한 권력기관을 만들면 통제불가능한, 더 많은 위험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대통령 직속으로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공수처가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는 모른 체하고 정적을 향해 칼을 휘두르게 되면 ‘정권 수호처’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정부·여당이 윤 총장을 다루는 것을 보면 이런 우려가 현실화하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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