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읽기] 희한한 사과 논란

세상에 참 희한한 일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얘기다. 그는 감옥에 간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 대해 사과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말만 꺼내놓고 실행을 못 한다. 벌써 몇 달째 변죽만 울리는 중이다. 못 하면 직을 걸겠다고 배수진까지 쳤지만 당내외의 반발만 거세질 뿐이다.

왜 그럴까. 따지고 보면 너무 당연한 일이다. 앞뒤가 맞지 않으니 가로세로 정리될 수가 없다.

우선 그는 당사자가 아니다. 사과는 잘못한 사람이 하는 게 맞다. 잘못을 인정하는 게 먼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사자들은 정치적 보복이라며, 원통해하고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의 잘잘못을 따지자는 얘기가 아니다. 판결이 어찌 됐든 역사적 평가는 다를 수도, 심지어 달라지기도 한다. 그게 정치 아닌가. 타협과 사면도 그래서 나오는 것이고.

물론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사과가 필요한 경우는 있다. 그건 피해자가 원할 때다. 사과는 용서를 구하는 일이다. 대개는 진정성 담긴 사과를 해오면 용서해주기 마련이다. 불교에선 “용서하지 않는 것도 죄”라고 할 정도다. 용서는 피해자의 마음도 편하게 해준다. 그래서 용서해줄 대상이 필요한 경우도 나온다. 대리사과는 그럴 때 해야 한다. 사례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나 지난 정부의 합의를 대신 사과했다. 그러면서 국가 간에 공식적인 합의를 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뒤집기 어렵다는 고민도 털어놨다. 할머니들도 “답답하고 한스러운 마음이 후련해졌다”고 했다. 나중에 한·일 관계 악화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도 나왔지만 당시 문 대통령의 사과는 시의적절했다.

김 위원장 자신도 경험했다. 그는 지난 8월 5·18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으며 사죄했다. “늦었지만 진심 어린 참회”라며 “역사적 매듭을 푸는 일”이라고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몸소 실천하겠다”고 동참했다. 당내 반론도 잠재웠다. 여론의 반응도 좋았다. 부정적인 평가보다 긍정적 반응이 대세였다. 무엇보다 광주·전남 시민들은 용서해줄 대상이 필요했다. 5·18 사죄로 광주·전남 시민들이 조금이나마 마음 편해졌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보수정당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자 하는 김 위원장의 의도를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 대한 사과는 김 위원장이 해야 할 일이 아니다. 당사자가 아닌 점은 차치하고라도 사과를 받고 마음 편해질 사람들이 없다. 그걸로 30·40대, 중도·진보층의 마음을 산다는 건 언감생심이다. 사과를 받고 오히려 화가 나는 경우까지 생긴다.

그가 당을 대표해 사과해야 할 일이 있긴 하다. 여당 시절 두 전직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 하고 정권을 뺏겨버린 일이다. “그것밖에 안 되는 정당이어서 죄송했다”는 통렬한 반성을 담은 당사자의 사과가 필요하다. 전직 대통령의 빗나간 리더십에 한 마디의 비판은커녕 입맛 맞추기에 급급했던 수많은 의원을 고개 숙이게 만드는 게 먼저다.

제대로 된 사과에서 중요한 건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는 방법과 의지다. 그건 앞으로 어떤 정당이 되겠다는 청사진이다. 그게 없는 사과는 얕은 정치공학적 술수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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