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7년 만의 전기요금 개편, 탈원전 비용 국민에 안기나

정부가 7년 만에 전기요금 체계를 바꾸는 개편안을 17일 내놓았다. 원가연계형 요금제를 도입한 게 골자다. 발전 원가가 싼 원자력을 값비싼 LNG나 태양광 발전 등으로 대체하는 비용을 각 가정과 기업이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 한 달 전력소비량이 200kWh 이하인 가구에 대해 매달 전기요금을 4000원 일괄 할인해주던 ‘필수사용공제 제도’가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그동안 991만가구가 혜택을 봤는데 내년 7월부터 할인액이 절반으로 줄고, 2022년 7월부터는 취약계층 81만가구에만 혜택을 준다. 1·2인 가구 등 910만가구의 요금이 오르게 됐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두부(전기료)가 콩(연료)보다 싸졌다”며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한전은 지난해 여름철 주택용 전기요금 할인을 상시화하는 대신 정부에 연료비 연동제 도입과 저소득층을 위한 전기요금 할인 혜택 폐지 등을 요구해왔다. 결국 정부가 이번에 이를 수용한 셈이다.

원가연동형 요금제는 우리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뒷받침해온 낮은 전기료 정책의 근간이 바뀌는 변화다. 그동안 가정과 기업에 값싼 전기를 공급할 수 있었던 것은 60년간 쌓아올린 원전 기술 덕분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원전 발전 원가는 kWh당 56원, LNG 발전원가는 154.5원이었다. 약 3배의 격차다. 그런데도 정부는 원전을 2024년 26기에서 2034년 17기까지 줄인다는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지난 15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LNG 발전의 설비용량은 올해 41.3GW에서 2034년 59.1GW로 늘어나고, 신재생 설비용량은 20.1GW에서 77.8GW로 증가한다. 발전 구매단가가 가장 싼 원전을 더 비싸고 외국에서 전량 수입하는 LNG나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면 당연히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

원전 배제는 문재인 정부가 선언한 탄소중립 비전과도 배치된다. 원전은 빠르게 축소하고 대신 화석연료를 태워 탄소가 많이 생기는 LNG 발전을 늘리겠다는 점에서다. 원전 없이 탄소중립을 이루려면 태양광·풍력 설비가 지금의 60배 이상 돼야 한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한국의 토지란 토지는 다 태양광으로 채워 넣어야 할 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국과 유럽은 탄소중립 정책을 펴면서 원전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원전을 없애면서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하고 탄소중립을 하려면 결국 전기요금 폭등과 같은 사회적 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다. 이런 비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조세 저항’과 같은 후폭풍에 직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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