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기대→호소→좌절로 변한 기업단체장들의 신년사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요 경제단체장의 신년사는 절규로 가득한 호소문이 됐다. 지난 3년간 이들의 신년사 변천 과정은 기업 경영환경 변화 그 자체다.

3년 전 2017년 이맘때 나온 신년사엔 그래도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넘쳤다. 4차 산업혁명과 경기 회복에 대한 전망을 곁들여 모두가 한목소리로 “기업이 도전할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외쳤었다. 위기보다 희망이 주류를 이뤘다. ‘중국 수준의 규제완화’까지 거론됐다. 참 꿈도 야무졌던 시절이다.

그 후 1년이 지나서도 단체장들은 기대의 끈을 놓지 않았다. 얼어붙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기업과 기업인의 투자 의욕부터 되살려야 한다고 했다. 기업들이 미래를 내다보며 도전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기업의 기를 살려달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산업계 애로사항을 제대로 경청했는지, 소통이 충분했는지 돌아보라”고 공무원들을 질책했다.

또다시 1년 후 지난해 말, 현실에서 달라진 것은 없었다. 오히려 기업인들의 손발을 옥죄는 규제법안들만 무더기로 만들어졌다. 그들의 신년사는 절박함과 위기의식으로 가득 찼다. 온통 하소연 일색이다. 오죽하면 박용만 상의회장은 “낡은 법과 제도의 틀을 바꿔줘야 하는데 국회가 전혀 협조를 안해준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경제와 기업이 “버려지고 잊힌 자식같다”는 얘기도 이때 나왔다.

정부와 정치권의 변화는 그로부터 1년이 또 지나도 찾아볼 수 없다. 여전히 기업들을 궁지로 몰아가는 입법 천지다. 변하는 건 신년사의 톤뿐이다. 기대에서 호소로, 이젠 막다른 골목에서 살기위해 내지르는 절규다. 허창수 전국경제연연합회 회장은 “한국 기업에만 족쇄를 채우는 규제는 거두어 달라”고 했다.

기업인들은 새해가 무섭다. 웬만한 기업 열에 아홉은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하지도 못했다. 내년이라고 정부여당이 달라질 걸 기대하긴 어렵다. 듣는 척하지만 못 들은 걸로 행동하는 그들 아닌가. 심지어 기업인들을 예비범죄자로 몰고가는 상황이다.

결국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살아남아야 한다. 그래도 단체장들은 매년 빼놓지 않고 신년사에 담는 내용이 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다짐이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기업들도 법보다 더 높은 수준의 규범을 세우고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 이미지를 높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에겐 그게 마지막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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