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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미 하원 트럼프 탄핵안 가결, 팬덤정치의 비참한 말로

미 하원이 ‘내란선동’ 혐의를 적용한 민주당의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13일 가결했다. 이로써 그는 2019년 말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이어 재임 기간에 두 번이나 탄핵된, 역사상 첫 번째 대통령이 됐다.

애초부터 예정된 결과였다. 여당인 공화당에서마저 탄핵 찬성 의견을 밝힌 의원들이 여럿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투표 결과는 찬성 232표, 반대 197표였다. 민주당 하원의원 222명 외에 리즈 체니 의원 등 공화당 의원 10명도 탄핵에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지난 2개월간 부정선거 의혹 제기도 모자라 대선 결과 불복을 주장하고 지지자들을 선동해 의회 난입 폭력사태까지 일으킨 트럼프의 팬덤정치에 같은 당 의원마저 등을 돌린 셈이다.

사실 이날 탄핵안 가결은 실효성보다는 상징성이 크다. 지난 6일 의회 폭력사태 이후 트럼프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처지다. 그가 선동의 도구로 삼았던 트위터와 페이스북 계정은 영구 정지됐고 외교 행사도 상대국의 관계 끊기로 잇따라 취소됐다. 의회의 절차 없이도 이미 탄핵에 의한 해임에 준하는 업무 정지 상태인 셈이다. 5일까지도 지지자들에게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 의회로 가라고 부추기던 트럼프는 7일 결국 평화적인 정권이양 선언을 하며 패배를 인정했다.

상원으로 넘어간 탄핵안이 재차 통과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공화당이 상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적 몰락에도 트럼프에 대한 단죄는 이어질 전망이다. 워싱턴 검찰은 퇴임 이후에도 내란음모 혐의로 트럼프를 계속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탄핵이든, 수사든 결과는 지켜볼 일이지만 트럼프 몰락의 키워드는 분명하다. 폭력이다. 그건 선동이 가져오는 최악의 위험이다. 지난 6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공식 확정하는 상·하원 합동회의가 열린 의회로 간 트럼프 팬덤 지지자들은 경찰을 완력으로 제압하고 유리창을 깨며 의사당 내부에 진입했다. 이 과정에서 4명이 숨졌다. 폭력을 넘어 살인이 된 것이다. 미 언론들은 폭동과 쿠데타 시도라고 평가했다. 오죽 하면 공화당 의원들까지 “트럼프가 유발한 반란”이라고 할 정도였다.

폭력은 발현되는 순간, 정당성을 잃는다. 곧바로 여론도 등을 돌리게 된다. 대부분의 폭력은 이성을 잃으며 나온다. 그렇게 만드는 것은 “나만 옳다”는 극단적 사고다. 극렬지지자들이 가장 위험하다는 얘기다.

한국에선 절대 일어나선 안 될 일이다. 트럼프 탄핵 사태보다 좋은 반면교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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