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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희, 강이 또 다른 정인이들…작가 주원규가 만난 아이들

# 재희는 세 살 때 엄마가 집을 나가 친부에 의해 키우기 힘들다는 이유로 시설에 맡겨졌다. 다시 집으로 돌아간 건 열세 살 때였다. 친부는 다른 여자와 살고 있었다. 새엄마는 밤일을 나갔고 친부는 온종일 게임하며 지냈다. 재희는 반지하 월세방이지만 시설보다 낫다며,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있을거라 여겼다. 그러나 친부한테 강간당해 반 년만에 집을 나왔다.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강이는 자신의 얘기는 하길 꺼렸다. 특히 어린시절을 떠올리는 건 끔찍하다. 단란포차를 운영한 강이 부모는 늘 취해있었고 싸웠고 폭력을 휘둘렀다. 어린 강이에게 억지로 술을 먹인 후 강이의 옷을 발가벗겨 두들겨 팼다. 베란다 개집 안에 들어가라고 한 뒤 개처럼 짖으라고도 했다. 강이 아빠는 그 소릴 듣고 낄낄 거렸다. 강이는 중학교1학년 때 칼을 들고 달려들려는 아빠를 보고 죽겠다 싶어 집을 뛰쳐나왔다.

‘아이 괴물 희생자’(해리북스)는 ‘열외인종잔혹사’의 작가 주원규가 2011년부터 9년간 청소년 쉼터와 거리에서 만난 여섯 아이들의 얘기다. 아동학대 희생자인 우리 사회 또 다른 정인이의 얘기다. 아이들은 학대와 폭력 방임을 피해 거리로 달아나지만 거리에서 더는 달아날 곳이 없다. 거리를 전전하다 할 수 있는 게 없는 이들은 자신들이 보아온 익숙한 방식으로 살아간다. 자신의 몸을 팔아 연명하고 마약에 취하고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가 집에 불을 지르는 바람에 집을 나온 아이는 사랑을 찾아 헤매다 끝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사회에선 이들을 비행청소년, 괴물로 부르지만 이들 안에는 우는 아이가 있을 뿐이다.

주원규는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이라도 환기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며, “몇몇 아이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짐작보다 훨씬 많은 수의 아이들”에 대한 보편적 이야기로 읽히길 기대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아이 괴물 희생자/주원규 지음/해리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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