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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둔학자 모여든 ‘함허정’…후학양성 ‘군지촌정사’
청송심씨 인수부윤공파 제호정종가
학자들과 세상 이치를 논하던 함허정

곡성군 입면 동악산이 호위하고 섬진강이 크게 휘돌아가는 곳에 제월습지가 있고, 섬진강, 제월습지, 반달 혹은 돌고래 모양의 제월섬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 함허정(涵虛亭)이 우뚝 서 있다.

은둔 철학자이자 교육자 제호정 심광형(1510~1550)이 1543년 벼슬자리를 마다한 채, 그림같은 풍경 속에서 후학을 가르치고 학자들과 세상 이치를 논하려고 지은 누정이다. 이곳 풍경과 심광형 선생의 도학 수준이 남달라, 입소문이 나면서 선비들이 모여들었다. 누각 내부에 글을 적은 편액이 빼곡하다.

정자인데도 삼면이 트인 마루 1칸 외에, 방 2칸 반이 있는 것은 멀리서 온 선비들이 묵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함허정에서 내려다 보이는 제월습지 백사장에서는 신임 옥과 현감이 지역 유지들을 불러 술과 음식을 대접하는 향음례가 진행됐다고 한다.

후학들을 위한 정규 강의는 인근 군지촌정사에서 이뤄졌다. 이젠 서당도 국가지정 보물이 되는 상황에서 함허정과 군지촌정사의 재평가도 기대된다. 사실, 제월습지와 제월섬도 조금만 단장하면 명승 감이다.

함허정은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된 제호정고택과 함께 청송심씨 인수부윤공파 제호정종가가 15대를 지켜온 보물이다. 심광형은 관찰사의 천거로 광양·곡성·남평·순창의 중학훈도(교관)를 역임한 뒤, 군지촌정사 학당을 열어 운영하다가 만년에 함허정 정자를 건립했다.

제호정은 고려 충렬왕때 문신으로 청송심씨 가문을 연 심홍부의 10세손이다. 4세 심덕부가 고려 말 왜구를 토벌한 공으로 문하찬성사, 청성부원군에 봉해졌으고, 조선 개국에 참여해 공신 1등과 함께 좌의정에 올랐다. 심덕부의 일곱 아들 중 넷째 아들인 5세 심징(?~1432)은 문과제 급제하고 인수부윤을 역임해 인수부윤공파를 열었고 10세인 함허정 주인 심광형이 인수부윤공파 제호정 종가를 개창한 것이다.

심광형의 손자인 12세 심민겸은 임진왜란, 정유재란에 의병군에 군량을 조달했고, 심민겸의 조카인 13세 심민각은 병자호란때 의병을 일으켜 호서지방을 지켰다. 벼슬에 나가지 않고 후학양성에 매진한 학자로서 구암사에 제향됐다. 지금은 사랑채로 불리는 학당 ‘군지촌정사’는 무등산(옛 서석산)을 바라보는 곳이라 하여 ‘망서재’라고도 칭했다. 행랑채는 최근 초가로 복원했고 종부가 생활하고 있다. 남도종가의 겸허함이 느껴진다. 함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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