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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장률 ‘선방’했지만…정부·제조업·수출 의존 ‘쏠림’ 심각 [한국경제 22년만에 역성장]
4분기 민간소비 -1.7%…실물경제 어려워
양극화 더욱 심화…대·중소기업 격차도 확대
“균형성장 위해 내수 회복 총력 다해야” 지적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26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2020년 4/4분기 및 연간 국내총생산(GDP.속보) 설명회에서 최근 GDP 추이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우리 경제가 지난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음에도 2년 만에 다시 세계 10위 경제국 지위를 회복했다. 코로나19 피해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했던 덕분이다. 올해에는 기저효과 때문에 3% 이상의 성장이 예상되지만 정부와 기업, 수출에 대한 높의 의존도가 문제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4/4분기 및 연간 국내총생산(GDP, 속보)’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실질 GDP 성장률은 -1.0%를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당시인 1998년(-5.1%) 이후 첫 역성장이다.

작년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기록한 중국을 제외하면 주요국 중 뒷걸음 폭이 가장 낮기는 하다. 당초 한은은 -1.1%를 예상했는데, 4분기 수출이 기대 보다 호조를 보이면서 전망치를 0.1%포인트 상회했다. 이로써 0.4~0.8% 가량 나올 것으로 예상됐던 4분기 성장률은 1.1%로 나타났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반도체와 화학을 중심으로 4분기 수출이 생각보다 좋게 나오면서 순수출 측면에서 GDP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정부 투자도 늘고 민간에서도 건설투자가 확대된 것도 이를 견인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소비가 다시 마이너스로 전환됐단 점이다. 작년 4분기 민간소비는 전기대비 1.7% 감소, 3개 분기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로써 연간 민간소비 증가율은 -5.0%를 기록, 1998년(-11.9%)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업종별로 보면 수출 기업이 대거 포진된 제조업 GDP는 2.8% 늘면서 두 분기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고 내수 중심의 서비스업은 0.4% 증가하는데 그쳤다. 특히 이중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도소매·숙박·음식업은 전기대비 0.3% 감소했고 운수업은 2.3% 축소됐다. 이에 우리 경제가 쏠림 없는 균형 성장을 위해선 수출 뿐 아니라 내수 회복에 총력을 다해야 한단 지적이 제기된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경제학)는 이날 “경기가 회복되면서 양극화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민들이 소비 패턴이 원격 및 온라인 형태로 바뀌어서 기본적으로 옛날 방식으로 돌아가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내수는 회복세가 상당히 더딜 것으로 보인다”며 “소비 진작을 위해선 방역과 경제 사이를 왔다갔다 해선 안되고 일단 방역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이날 “성장률은 회복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서민들의 잠재적인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의 ‘나홀로 회복’으로 주식 시장에서도 수출 중심의 대형주 랠리가 지속되고 있고, 유동성을 바탕으로 크게 오른 전체 자산시장과 개선이 더딘 실물경제와의 괴리도 확대되고 있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현재 주식시장이 버블인지 아닌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실물이 안 좋은데도 주가가 40% 이상 오르는 걸로 봐서 심각한 괴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0년 이후 2019년까지 우리나라의 추세 성장률이 2%까지 낮아진 가운데 기술 혁신과 신성장 산업 육성 등으로 잠재성장률 제고도 시급하단 지적이다. 김 교수는 “초기 성장 때는 공장만 만들어도 가능했지만 지금은 혁신과 기술 발전이 필요한데, 공공섹터만 만들어선 안되고 시장 위주 정책으로 전환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경원·홍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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