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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수진 “후궁”·민주당 “경악”…이 정도면 ‘젠더 참사’ [정치쫌!]
與 "정의당 성추행 사건 경악" 논평 이틀 만에
이낙연 "박원순 전 시장 피해자에 깊이 사과"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은 고민정 민주당 의원 향해
"후궁이 왕자를 낳았어도 이런 대우는…" 논란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 [연합]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충격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할 일." (25일 정의당 김종철 전 대표 성추행 사건 관련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서면브리핑)

"조선 시대 후궁이 왕자를 낳았어도 이런 대우는 받지 못했을 것." (26일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SNS에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판하며)

수준낮은 젠더 감수성의 민낯이 드러나는 볼썽사나운 말들이 국회에서 연일 쏟아지고 있다. 성(性)평등을 외쳐온 진보 정당 대표가 같은당 의원을 성추행해 직위해제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지만, 정쟁에만 급급한 여야는 여전히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與 "경악" 논평 이틀 뒤…고 박원순 전 시장 피해자에 "깊이 사과" =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2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성희롱 판단’에 대해 “인권위 조사결과를 무겁게 받아드린다. 피해자와 가족들께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민주당은 정의당 김종철 전 대표 성추행 사건에 대해 "이번 사건은 다른 누구도 아닌 공당의 대표가 저지른 성추행 사건으로 충격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한 지 단 이틀만이다. 민주당은 고(故)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 이후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지칭해 논란을 빚었고, 같은당 소속 지자체장들의 비위로 치러지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당헌까지 바꿔 후보를 내기로 해 비판을 받아왔다. 그런 민주당이 '남의 허물'에 대해선 너무 쉽게 '충격', '경악'이란 단어를 사용하며 입을 연 것이다.

이같은 민주당의 논평에 류호정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할 말이 많지만, 절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 존립까지 위태로운 상황이지만 "부끄러움을 아는 정의당이 민주당보다는 훨씬 낫다"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국민의힘 의원 '조선시대 후궁' 발언까지…與 "역대급 막말"= 이 와중에 조수진 의원은 때아닌 '후궁' 발언으로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당 공식 논평이 아닌 조 의원 개인 SNS에 올린 발언이지만 논란은 커져가고 있다. 가뜩이나 성(性) 추문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선을 넘은 발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상황은 이렇다. 고 의원이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오세훈 전 시장을 향해 "무상급식을 원하던 주민들로부터, (자신과 경쟁했던) 광진을 주민들로부터 선택받지 못했음에도 여전히 '조건부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 데 대해 조 의원이 오 전 시장을 지원사격 하려다 문제의 표현을 뱉은 것이다.

"당시 선거 직전 여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서울 광진을에서 ‘고민정 당선시켜주면 전 국민에게 100만 원씩 준다’고 했다. 이런 게 ‘금권(金權) 선거’라는 것", "조선 시대 후궁이 왕자를 낳았어도 이런 대우는 받지 못했을 것이다. ‘산 권력’의 힘을 업고 당선됐다면 더더욱 겸손해야 할 것이 아닌가."(26일 조수진 의원 페이스북)

이에 허영 민주당 대변인은 27일 브리핑에서 "같은 여성 국회의원을 ‘조선시대 후궁’에 비유하며 역대급 성희롱성 막말을 했다. 도를 넘는 극언이자 희대에 남을 망언"이라고 맹비난했다. 허 대변인은 "조 의원은 성희롱 발언에 즉각 사과하고 국회의원직에서 사퇴하라"며 "좌시하지 않고 윤리위 제소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발언이 과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근식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페이스북에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할 때는, '호되게 아프게' 그러나 '점잖게 품격있게' 비판해야 효과적이고 위력적"이라면서 "아무리 선거철이고 여당의 잘못이 크다 해도 넘어선 안될 선이 있다. 청와대 출신 고민정의 특별대접을 비판하더라도, '왕자 낳은 후궁' 표현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조 의원은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다. 그는 페이스북에 "인신공격, 막말을 한 사람은 고민정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 대한 인신공격, 막말을 사과하라"며 "인신공격과 막말을 비판했더니 더불어민주당이 말꼬리를 잡고 왜곡해 저질공세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국회의 낮은 젠더 감수성과 막말이 여야를 막론하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badhoney@heraldcorp.com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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