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스크칼럼]이마트와 야구장…'공간의 울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이번엔 야구장에 눈을 돌렸다. 정 부회장이 지휘하는 ‘공간 합주곡’ 1번은 스타필드, 일렉트로마트, 지금은 사라진 삐에로쇼핑에서 시작한다. 쇼핑과 경험의 단순 결합에 그쳤던 1번 합주곡은 화성 국제테마파크(2031년 개장 목표)에서 이질적인 공간의 변주를 줬다. 3번 야구장은 공간 합주곡이 변주되는 클라이맥스가 될 전망이다.

사실 ‘공간’은 정 부회장과 신세계그룹에선 빼놓을 수 없는 모티브로 작동하고 있다. 물건을 사고파는 본래의 공간을 재해석하려 한다. 공간에 스토리를 입혀 ‘공간의 울림’에 주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가상공간에 자리를 내주고 있는 현실공간(오프라인)의 미래 모색이기도 하다.

올 설을 앞두고 이마트는 1600명 규모의 단기(1~2개월) 근무인력을 채용하기로 했다. 예년보다 배 이상 늘었다. 보통 이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는 명절 때만 되면 본사 인력을 대거 현장에 보냈다. 현장과의 소통 강화 내지는 상부상조하자는 대의를 내걸었지만 그러다 보니 자연 인력충원 여지가 줄었다. 이마트는 본사 인력의 현장충원이라는 예년의 카드를 버리고, 대규모 인력충원이라는 새 카드로 변주를 준 셈이다. ‘단기’라는 꼬리표가 붙고는 있지만 이마트가 대규모 인력을 충원하기로 한 것은 ‘공간의 전망’과 맞물린다고 한다. “왜?”냐는 질문에 이마트는 지난 13일 통계청의 ‘2020년 연간 고용동향’으로 답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자 수는 110만8000명으로 2000년 이후 가장 많았다. 특히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9만명 늘어난 반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6만5000명이나 감소했다. 코로나 팬데믹에 무수히 많은 아르바이트생이 일자리를 잃었다는 얘기다.

코로나 팬데믹이 소환한 ‘공간’은 이렇듯 공포와 슬픔이 짓눌린 곳이었다. 감염에 대한 공포와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이 공존했고, 때로는 앞으로 먹고살 일이 막막해지는 절망이 교차했다.

얼마 전부터 이마트 매장에서 상품 진열 일을 시작했다는 대학생 A(24·거제도)씨. 조선소에서 선박에 케이블을 설치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그는 지난 7월 일자리를 잃어 “한동안 월세부터 걱정됐다”고 한다. 다행히 일자리를 구한 그는 “두 달 동안 일해서 번 돈으로 생활비로 쓰고 등록금에도 보탤 계획”이라고 했다. 누군가에게는 이마트라는 공간이 희망이 된 셈이다.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의 기능적 측면이 전망과 희망이 맞물리면서 전혀 다른 공간으로 재해석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작가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은 ‘행복의 건축’이라는 책에서 “어떤 장소의 전망이 우리의 전망과 부합되고 또 그것을 정당화해준다면, 우리는 그곳을 ‘집’이라는 말로 부르곤 한다”고 했다. 보통이 말하는 ‘전망’은 ‘희망’이다.

즐거움 혹은 색다른 경험 등이 추억의 씨줄로 엮이고, 여기에 희망이라는 색채까지 더해지면 죽어가던 현실공간은 꼭 있어야 할 공간이 된다. 정 부회장이 야구장을 품에 안은 것도, 이마트가 설 명절을 앞두고 대규모 단기 일자리를 만든 것도 모두 같은 연장선상에 있을 것이다. ‘쇼핑’이라는 기능적 측면의 공간에 스토리가 입혀지고, 희망이 덧칠해지면 공간은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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