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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익숙해진 상승장…잊힌 ‘10년간의 박스피’

연초면 으레 나름 한 해 목표를 세우곤 한다. 새롭게 벽에 걸리는 달력과 함께 금연, 독서, 운동 등 나름 자신과의 약속이 하나둘 맺어진다. 실상은 하루하루 이어지는 날의 연속이지만 바뀐 달력과 함께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마음은 이렇게 또 다른 행동을 만드는 큰 힘이 된다.

지난달 대한민국 주식시장을 설명하는 데도 이 ‘새해 효과’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지난해 ‘동학개미’의 뜨거운 매수세 속에 주식을 통한 재테크가 화두가 되자, 2021년 새해벽두부터 굳게 마음먹은 개인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물밀 듯이 몰려들었다. 5대 증권사에서만 신규 계좌 개설 건수만 167만건에 달했다. 1% 내외의 금리를 수용키 힘든 이들의 자금이 은행 계좌에서 증권 계좌로 옮겨왔다.

결과는 상상을 초월했다. 새해 첫 주는 한 편의 드라마였다. 2873.47포인트였던 종합지수가 1주일 사이 3152.18포인트로 뛰었다. 주간 기준 가장 큰 상승폭이다. 주간 종합지수의 상승률이 9.7%였다. 모두가 열광했고, 자산이 증식하는 미래의 장밋빛 꿈에 부풀었다. 거래대금 또한 급증했다. 지수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지난달 국내 증시의 거래대금은 코스피와 코스닥, ETF를 기준으로 일평균 47조8000억원에 달한다. 사상 최고치다. 지난달 11일 종합지수의 하루 변동폭은 170포인트에 달한다.

새해 새마음으로 주식투자에 나섰던 이들에게 이 한 주의 인상은 매우 강렬했을 것이다. 타인에 대한 호감도가 첫인상에서 판가름나듯, 시작과 함께 1주일 만에 10%의 이익을 가져다준 역동성은 주식투자에 대한 매력을 높였다.

그리고 한 달여가 흘렀다. 분위기가 달라졌다. 흥분은 가라앉았다. 주식시장은 일상의 흐름을 되찾고 있다. 변동성이 크게 줄었고, 지수는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한다. 지난 17일 코스피시장의 거래대금은 16조6000억원에 그쳤다. 이는 올 들어 가장 적은 금액이다. 지난달 11일 역대 최고치인 44조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시장 분위기가 달라지자 개인들의 조바심은 고조된다. 매수하면 올랐던 시장에서, 업종별로 순환매가 이뤄지는 횡보세의 시장으로 돌변하자 당황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된다.

오르는 종목을 뒤늦게 따라 매수하고, 하락하면 재차 손절하는 성급한 매매의 전형적인 모습들이 재연될 조짐이다. 높은 변동성이 가져다준 수익의 쾌감에 일찌감치 익숙해진 이들에게 현 주식시장의 모습은 너무나 낯설다.

주식투자에 입문하는 이들이 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은행 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내면 충분하다”며 소탈한 기대수익률로 투자를 시작한다.

하지만 불과 1주일 사이 높은 변동성에 따른 고수익이 안겨졌으니, 이 초심을 현재까지 지키고 있을 신규 투자자가 몇이나 될지 궁금하다.

지난 한 달 한국증시가 보여준 상승은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누구나 수익을 내던 시장에서, 소수의 승자가 과실을 누리는 시장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 10년간 지긋지긋한 박스피에 갇혀 있던 것을 벌써 잊은 듯하다. 짜릿했던 첫 경험의 기억에서 서둘러 벗어날 시점이다. 아직도 2021년은 열 달 넘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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