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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경수의 현장에서] ‘조삼모사’ 전국민 안전보험의 허상

안타깝게도 국내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사망한 사람이 지금까지 1500여명에 이른다. 사망률은 1.8%로, 확진자 100명 중 1명이 세상을 떠났다. 전날에도 6명이 추가로 사망했다.

질병관리청은 감염병 예방법에 따라 이들 사망자에게 유족장례비 1300만원을 정액으로 지원하고 있다. 방역을 위해 사망자 시신을 화장하는 비용과 정부 지침에 따라준 유족을 위한 일시보상금 명목이다.

그런데 지난해 행정안전부는 시민안전보험을 코로나19 사망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보험의 보장 범위를 기존 화재나 산사태, 대중교통, 강도, 자전거 사고 등에서 전염병으로 확대하고, 이름도 ‘전국민 안전보험’으로 바꾸겠다는 내용이다. 시민안전보험은 지방자치단체가 시민의 사망·후유장애를 보상하기 위해 가입하는 상품이다. 현재 243개 지자체 중 215개가 가입돼 있다. 2019년 104개에서 2년 새 배 이상 늘어났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같은 내용의 공약을 내놨다. 우 의원은 서울시민이 코로나19로 사망하면 최대 1000만원까지 보상하는 시민안전보험에 가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언뜻 듣기에는 지자체가 들어 놓은 보험을 통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정책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질병청의 장례비 지원과 전국민 안전보험의 보험금을 중복 수령하지 못한다. 둘 다 정부 예산을 통해 마련된 재원이기 때문이다. 사비로 가입한 종신보험이라면 문제 없지만 전국민 안전보험은 지방 조례에 근거를 두고 있어 보험료도 지방비로 지급된다. 질병청의 장례비 역시 국비로 나간다.

결국 앞으로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으로 사망했을 때 질병청에서 장례비, 보상금을 받지 못한다. 대신 전국민 안전보험을 통해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국비를 활용한 장례비 지원금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숨긴 채 전국민 안전보험으로 코로나19 보험금을 지급해 시민이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

생색내기식 정책에 불과하다. 오히려 사망률이 높아지면 기존보다 더 많은 보험료를 내야 해 재정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반대로 예상보다 사망자가 적으면 재정을 보험료로 낭비하는 꼴이 될 수 있다. 득실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 정책을 추진했다간 오히려 정부나 국민이 손해만 입을 우려가 있다.

보험은 개인이 직접 대비하기 어렵고, 국가가 채우지 못하는 위험 사각지대를 메워주는 사회안전망이다. 시민안전보험의 집행 실효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무턱대로 기존 정부의 지원금을 끊는 건 ‘조삼모사’에 불과하다. 국민이 더 두터운 안전망에서 생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국민 안전보험을 설계해야 한다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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