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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중범죄 면허취소 안 된다며 백신 접종 볼모로 잡은 의협

중대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에게 면허 취소 조치를 내리는 의료법 개정안을 놓고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총파업까지 예고하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도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지난해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 때와 같은 정면충돌이 재연될까 우려된다. 의협은 국회 보건복지위가 지난 19일 의료법 개정안을 의결하자 “개정안이 25일 국회 법제사법위를 통과한다면 코로나19 진료 및 백신 접종과 관련된 협력 체계가 모두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26일부터 백신접종이 마침내 국내에서도 시작되는 마당에 정부와 의료계가 맞서면서 ‘집단면역’이라는 국민적 목표가 출발부터 흔들릴 판이다.

직능단체가 구성원의 이익을 지키겠다고 나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의 보루인 의협이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며 반발한다면 합당한 사유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사안은 의협의 주장에 합리성을 찾기 어렵다. 우선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개정안은 의료 관련 법령 위반에 한정했던 면허취소 사유를 다른 범죄로 확대했다. 형 집행 중이거나 집행유예 기간에 적용했던 취소 기간도 형 집행 종료 후 5년, 집행유예 기간 경과 후 2년으로 연장했다. 의사처럼 국가 면허가 있어야 하는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같은 전문가는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되면 자격이 박탈되거나 일정 기간 정지된다. 의사들은 지금껏 특권을 누린 셈이다.

국민적 정서를 봐도 의협에 주장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 수면내시경 시술 중 환자에게 수차례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가 가벼운 처벌을 받은 후 즉각 면허를 회복하는 것을 국민은 정상적이라 보지 않는다. 최근 5년 동안 살인·강도 등 4대 범죄를 저지른 의사는 2867명이고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는 613명에 달한다. 법 개정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압도적이라는 것은 지난해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이 나흘 만에 20만명의 동의를 얻은 데서 드러난다.

의협은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의사가 자동차운전 중 실수로 사망사고를 내더라도 수년간 의료행위를 할 수 없게 된다고 주장한다. 한순간의 교통사고만으로 의료인이 평생 바쳐 이룬 길을 포기하게 만드는 게 개정안의 취지는 아닐 것이다. 개정안이 의료 과정에서 발생한 업무상 과실치사를 면허 취소 사유에서 제외한 것도 직업의 특수성을 반영한 것이다. 정부와 국회의 의료법 개정안이 국민적 지지에 기반한 것이라고 해도 굳이 백신접종이 본격화되는 판국에 의료계에 민감한 법안을 밀어붙여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국민적 대사인 백신 접종에 총력을 쏟은 후 공론의 장에서 더 큰 사회적 합의를 이룬 후 추진해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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