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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고등래퍼’ 존재이유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음악 오디션의 참가자 나이가 점점 내려간다. 지난 19일 시작된 고교 랩 대항전 Mnet ‘고등래퍼4’에는 역대 최다인 무려 1만 2천여명이 지원했다. 음악 예능 참가자의 나이대가 위로 올라가기보다는 아래로 내려간다. 아이돌도 연습생 시절부터 방송에 나온다.

그 이유중 하나는 음악소비력이다. 돈을 주고 음악을 소비하는 층은 중년보다는 10대가 훨씬 더 많고 확장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물론 자본주의적 해석이다.

기성세대들은 10대를 잘 모른다. 아니, 이해하는 방법을 모른다. 그러니 기성세대들이 “10대를 이해하려고 한 적이 있었나?”라는 소리를 듣는다. 이 점에서 ‘고등래퍼’는 존재 가치가 충분하다. 걸핏하면 학폭논란이 일어나는 장이지만, 10대들을 이해하기에는 매우 좋다.

10대의 갈증을 해소시켜 줄 것은 없다. ‘고등래퍼4’의 한 멘토는 그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똑같다고 했다. ‘고등래퍼’는 10대들의 이야기를 랩으로 풀어낸다. 힙합은 합법적으로 본인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도구다. 멘토인 창모는 “상처를 내보임으로써 치유의 기회가 된다”고 했다.

“내가 태어나던 날부터 없어진 엄마 어디에 있어?/아빠는 술에 취해서 날 모르나봐 그냥 사라질까란 생각이 났어/바닥엔 녹색 병/볼 때마다 내 목을 조였던/돈 생각만 하면 신물이 났거든/그래도 그런 아버지가 남아 있어서/하지만 아빠의 호흡이 멈추고/검은 정장을 처음 입어보는 날이 오지/(중략)/but 모두 나를 믿잖아/(중략)/날 믿어준 남은 가족들이 뒤에 있잖아/yeah I’m gone”

첫날 ‘출석체크: 랩 탐색전’에서 대전 가오고 2학년 이도훈 학생이 부른 가사다. 까불던 아이들이 슬픈 내용을 듣고 다들 숙연해졌다. 평생 이런 가사를 써보지 못하는 래퍼도 있다고 했다.

‘고등래퍼’는 또래에게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서로 소통하고, 기성세대에게는 10대에 귀 기울이는 방법을 알려준다. BTS 공연에 엄마와 딸이 함께 즐기듯이, ‘고등래퍼’도 세대를 뛰어넘는 소통의 장이 될 수 있다.

‘펜트하우스’에 등장하는 주석경, 주석훈, 하은별 이민혁 등 청아예고 10대들은 모두 예사롭지 않은 캐릭터들이다. 이들 헤라펠리스 아이들은 자신들이 괴롭혀온 배로나(김현수)를 도와준 유제니(진지희)를 배신자로 낙인찍는다. 제니에게 음식을 계속 먹여 결국 구역질을 하게하는 ‘음식고문’까지 자행하며 철저하게 따돌린다.

이런 10대들을 이해하는 건 어렵다. 그건 드라마니까 리얼 상황인 ‘고등래퍼4’의 랩에 귀를 기울여보자. 양홍원, 김하온, 이영지의 뒤를 이어 우승을 차지하게 될 고등래퍼 뿐만 아니라 참가자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랩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무엇인지 만나볼 수 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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