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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뺏’ 당했다고 ‘공저’…틱톡·페메로 스며든 학폭[촉!]
SNS로 소통하는 10대들, 학폭도 비대면으로
코로나로 더 심각해져…작년 학폭의 12% 차지
“친구 많이 못사귄 학생들 사이버폭력 노출”
SNS상 공저, 언팔로 교묘히 따돌림 유도하기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학교폭력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 상에서의 사이버 비방·폭력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아이클릭아트]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1. 초등학생 A양과 친구 B양은 틱톡에 영상을 올리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틱토커였다. 최근 팔로우 수가 줄어든 것으로 고민하던 A양은 B양의 팔로워들을 찾아가 맞팔을 요청했고, 이것이 비극의 시작이 됐다. ‘지뺏’(지인뺏기)을 당했다고 생각한 B양이 틱톡에 ‘공저(공개저격)’ 글을 올렸고, 팔로워들은 물론 학교 친구들도 A양에게 욕설 메시지나 악플을 달며 테러에 나선 것. 친구 목록에서 끊는 ‘언팔’(언팔로우)도 당했다. 친구들이 SNS 계정과 전화번호까지 차단하면서 외톨이가 된 A양은 “온·오프라인 관계가 모두 단절돼 외롭고 고립된 것 같다”며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2. 중학생 C군은 사이버 폭력을 당한 경험 때문에 틱톡 유행에 동참하기가 겁이 났다. ‘유난스럽다’, ‘쫄보’라며 무시하는 말에도 친구들이 같이 틱톡 영상을 찍어 올리자는 권유를 거절해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못해 친구들의 근황이 궁금했던 C군은 친구의 틱톡 계정을 찾아 들어갔다가 충격을 받게 됐다. C군이 우스꽝스럽게 나온 ‘엽사’(엽기사진)와 연출된 영상이 다수 올라가 있고 친구들과 모르는 사람들이 비웃고 조롱하는 댓글을 달고 있었던 것. 이 일로 과거 트라우마가 되살아난 C군은 괴로움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틱톡, 유튜브, 페이스북 메시지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이 소통 창구로 자리 잡으면서 학교폭력(학폭)이 비대면으로 진화 중이다. 특히 코로나19는 비대면 학폭 확산에 기폭제가 되고 있다.

교육부의 ‘202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보면, 지난해 초·중·고교생 학폭 피해 응답률이 0.9%로 2019년 1차 조사에 비해 0.7%포인트 감소했다. 그런데 학폭 유형 중 사이버폭력 비중은 12.3%로, 2019년(8.9%)에 비해 3.4%포인트 증가했다.

지난해 학교폭력 유형 중 사이버폭력 비중은 12.3%로, 2019년(8.9%)에 비해 3.4%포인트 증가했다. [교육부 202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자료]

실제로 학폭 피해 학생들의 심리상담을 진행하는 열린의사회에 따르면 최근 SNS상의 사이버 학폭 피해 관련 상담이 늘었다. 열린의사회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에서 사이버 비방·폭력이 늘었고, 특히 학교를 안 간 사이 친구 관계를 원활하게 맺지 못한 학생들이 주로 폭력에 노출됐다”고 설명했다.

사이버 폭력 유형도 다양하고 교묘해지고 있다. 단체 대화방에 초대해 욕설을 퍼붓는 ‘떼카’·‘카톡감옥’, 피해학생의 무선데이터를 뺏는 ‘와이파이셔틀’뿐 아니라, 최근에는 SNS 게시물에 ‘공저’(공개저격) 댓글을 달거나 지뺏, 언팔을 해 따돌림을 유도하는 방식도 늘고 있다고 한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상담교사 김모(35) 씨는 “페이스북 메시지(페메) 등 SNS로 많은 소통이 이뤄지는데, 그 안에서 학폭이 다수 이뤄지는 추세”라며 “피해 학생의 이름을 쓰지 않고 공저 댓글들을 달아 공격하고서, 나중에 학폭 조사가 시작되면 해당 친구를 가리킨 게 아니라고 발뺌하는 일도 있다”고 전했다.

경찰과 교육당국도 사이버 학폭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보고 조만간 협의를 통해 근절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비대면 폭력 예방활동과 교육을 강화할 것”이며 “사이버 폭력이 학생 시절에 끝나는 일이 아니라 장래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려 가해자, 피해자 모두의 인식을 바꾸려고 한다”고 말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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