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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연결사회에서 더 불평등해지는 이유
네트워크 연결사회, 동종선호로 더 분열
네트워크내 인기가 집단 의견·취향 좌우

인기1人 여러 채널에서 인용,신뢰 상승
이념·취향 동종그룹 ‘메아리방’에 갇혀

사회적 자본의 동종선호, 불평등 강화
복지만으론 한계 …정보·기회 유동성 높여야

“우정의 역설은 우리의 거의 모든 상호작용에서 찾아볼 수 있다.부모들이라면 그리고 특히 아이들이라면 다음과 같은 문장에 익숙할 것이다.‘학교의 다른 애들은 전부 ○○○을 가지고 있어’. 비록 이런 종류의 말은 대체로 거짓이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무엇을 인지하는지 잘 반영하고 있다.”(‘휴먼 네트워크’에서)

최근 SKY출신끼리 사귀는 매칭 서비스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소셜미디어로 한 사람 건너면 다 아는 사이라는 초연결 사회이지만 동시에 나이와 부, 교육수준, 신념, 취향이 비슷한 사람과 끼리끼리 모이는 분열 역시 가속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는 동종선호 현상 때문으로, 더 연결될 수록 더 분열된다. 여기에는 알고리즘 기술도 한몫한다.

사회·경제 네트워크 연구의 선구자인 매슈 O. 잭슨은 ‘휴먼 네트워크’(바다출판사)에서 특히 사회적 자본의 동종현상을 계층간 유동성을 가로막는 주범으로 지목한다. 동종선호에 의해 생겨난 상이한 인적 네트워크가 교육과 취업 등에서 정보와 기회의 차이를 만들고 결국 불평등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네트워크의 속성과 네트워크가 보이는 특정 패턴이 어떻게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데이터를 통해 규명해 나간다.

우선, 네트워크가 작동하는 방식은 우리에겐 ‘우정의 역설’로 잘 알려져 있다. 즉 우리의 친구들은 집단 내 다른 구성원보다 평균적으로 더 많은 친구를 갖는다. 집단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은 여러 사람의 친구목록에 오르면서 과대대표되고, 집단의 의견이나 취향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이는 한 실험으로 입증된다. 한 학급을 대상으로 학생들에게 등교할 때 무늬가 없는 옷을 입을지, 체크 무늬 옷을 입을지 선택하게 했다. 이 학생들은 뼛속까지 순응주의자다. 그 결과, 4명의 학생은 민무늬 옷을, 나머지 8명은 체크 무늬 옷을 선택했다. 다른 학생이 어떤 옷을 입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면, 다음날 학생들은 모두 체크 무늬 옷을 입고 등교할 것이다. 그런데 4명의 민무늬 학생들이 인기있는 학생들인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이들은 서로 무슨 옷을 입었는지 확인하고는 다음날 민무늬 옷을 고수한다. 이를 본 나머지 학생 4명이 다음날 민무늬로 바꾼다. 사흘째가 되면 모두 민무늬로 바뀐다.

네트워크의 또 다른 속성은 상전이가 급격히 일어난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고립된 개인들과 작은 연결의 집합은 시간이 지나면서 상당수 연결돼 거대 컴포넌트를 형성하게 된다. 이 전환은 급격하게 일어나고, 이런 상태에선 무엇이든 빠르게 전파된다. 각각의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0.5명의 친구를 갖는 상태에서 1.5명의 친구를 갖는 상태로 변하면 네트워크는 분절된 상태로부터 대다수의 사람이 서로 도달할 수 있는 상태로 바뀌게 된다. 바이러스의 전염도 이런 경로를 따르는데, 개인적 접촉이 적어도 이 거대 컴포넌트에 유입되면 네트워크 속 구성원들 대부분을 감염시키게 된다. 잘 알려진 기초감염재생산지수다.

네트워크는 감염을 이해하는데도 중요하다. 바로 외부효과인데, 백신을 맞지 않은 군이 적은 수라도 있으면 이후 전염병은 확산될 수 있다. 한 예로 소아마비는 2000년 100개국이 넘는 나라에서 퇴치됐고 중국도 완전 퇴치를 선언했지만 2011년 이웃 나라에서 유입된 것으로 보이는 감염이 보고됐다. 오직 한 나라에만 그 병이 남아 있더라도 다른나라를 전염시키기에 충분하단 얘기다. 현재 코로나 백신이 가난한 나라에도 보급이 필요한 이유다.

네트워크는 좋은 소식이나 자극적인 소문의 경우, 더 활발히 소통되며 밀도가 높아진다. 특히 중심성이 높은 사람의 의견은 전체 의견에 편향을 일으킨다. 네트워크에서의 영향력은 한 개인의 역량보다는 네트워크의 구조와 거기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의해 좌우된다. 인기있는 한 사람의 의견이 과잉 대표되면 거짓 정보에 취약해진다. 정보는 네트워크에서 반복 순환하는데, 같은 정보원에서 나온 얘기가 여러채널을 거치면 더 신뢰성이 커지고, 여기에 동종선호가 결합되면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들과는 분리된 채 자기들만의 방에 갇히게 된다.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과만 반복적으로 교류하게 되면 동종선호의 영향력은 더욱 커져 결국 정치적 양극화를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의 네트워크의 영향력에 대한 탐색과 통찰의 중요 시사점은 능력주의의 허구를 파헤친 데 있다.

즉 동종선호에 의해 분열된 부모, 친구, 동료, 지역사회 등 소위 사회적 자본의 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다. 집단 간 분열이 심해지면 취직이나 승진 기회는 물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 그 기회를 얻기 위한 정보, 심지어 교육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의지까지도 불평등해진다.어떤 집단은 그런 기회에 더 많이 접근할 수 있어 더 많은 사회적 자산을 쌓고 이렇게 얻은 자산을 자녀가 더 많은 기회를 얻는 데 이용한다. 비유동성이 불평등을 낳고 불평등이 다시 비유동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책을 통해 상하좌우로 유동성을 높일 수는 없을까. 저자는 왜 돈만으로 비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지 보여준다.

1990년대 임대 주택 거주자 중 사람들을 모아 서로 다른 두 유형의 임대료 무료 바우처를 제공했다 한쪽은 어디에서나 바우처 사용이 가능했고, 다른 한쪽은 주변 이웃이 빈곤하지 않은 지역에서만 사용하도록 했다. 제한 없는 바우처를 받았던 사람들은 임대료를 줄이려 그대로 남았다. 그러나 빈곤하지 않은 지역으로 이사한 그룹은 대학과 소득 수준에서 큰 변화를 보였다. 그들의 대학진학율은 빈민가에 남은 아이들보다 16% 높았고, 생애소득은 30만 달러나 많았다.

저자는 이를 근거로 비유동성이 불평등의 결과가 아니라 원인이라고 강조한다. 불평등은 정보와 기회를 어려운 계층에게도 균등하게 제공할 때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해법이다.

책은 네트워크 안에서 인간의 행동 패턴이 어떤 모습을 보이고 왜곡과 편향이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한 독보적인 통찰을 보여준다. 네트워크 분열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관건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휴먼 네트워크/매슈 O.잭슨 지음, 박선진 옮김/바다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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