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현정의 현장에서] 주식·비트코인에 빠져 “돈 복사하자”는 개미들

“돈 복사” “돈 복사기” “돈 복사 버그”.

요즘 젊은 층 사이에서 자주 쓰는 신조어다. 주식이나 가상화폐에 투자한 돈이 복사되는 수준으로 빠르게 불어난다는 뜻이다. 증시활황 속에서 주식이나 가상화폐 투자로 느낀 달콤함과 함께 투기성 투자에 빠진 개미들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들이다.

개미들은 국내주식은 물론, 해외주식과 가상화폐에 빠져 있다. 특히 미국 나스닥시장은 서학개미 사이에서 ‘돈 복사기’로 불릴 정도로 인기다. 국내 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외부 리스크에 의한 변동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해외주식 거래대금은 지난해부터 크게 늘기 시작했다. 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주식 거래대금은 1983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두 달 동안 거래한 해외주식 거래대금은 지난달 26일 기준 865억달러로, 이미 지난해의 절반에 육박하는 동시에 2019년도 해외주식 거래대금의 두 배를 뛰어넘었다.

비트코인 투자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1월 1조6000억원에 불과했던 업비트의 거래대금은 올해 들어 18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일 년 새 1000%가 폭증한 셈이다. 빗썸에서도 비트코인의 거래대금은 올해 들어 13조원에 육박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00% 넘게 뛰었다.

이들의 맹목적인 투자는 결국 경고음을 내고 있다. 미국의 게임스톱과 이항 홀딩스 등이 하룻밤 사이 급등락을 오갈 때 서학개미들은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비트코인이 고공행진을 하다 잠시 출렁이자 개미들은 지난 2018년의 악몽을 우려하며 혼돈에 빠지기 시작했다.

특히 시세차익을 노리고 빚을 내서 올인한 이른바 ‘빚투형’ 개미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 주요 6개 은행에 따르면 2030세대의 신용대출은 지난해 말 기준 45조원을 육박했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단순한 저축으로 목돈을 마련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부동산시장에서 내 집 마련하기도 더욱 어려워졌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주식이나 가상화폐 투자는 젊은 층에게 한 줄기 빛처럼 보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현재 개미들의 투자행태는 진정한 투자와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투자란 한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성을 바라보고 회사의 주인을 자청하는 것이다. 기업에 대한 깐깐한 분석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 같은 고민 없이 단순히 시세차익을 노리고 ‘영끌’하는 행태는 오히려 투기에 가까워지고 있다. 오죽하면 주식과 가상화폐시장이 도박판으로 전락했다는 비판까지 나올까.

지난해 증시활황 덕분에 개미들은 투자에 자신감을 얻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럴수록 냉정한 태도가 필요하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 등 증시 위험요소는 상시 존재하고 있다. 그 누구도 증시의 앞날을 예측할 수 없다. 가상화폐의 앞날은 더욱 그러하다. 이제는 주식시장을 도박판으로 취급해선 안 된다. 투자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투자와 투기에 명확한 선을 그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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