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프칼럼] 귀촌을 춤추게 하라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2021년 귀농·귀촌 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귀농·귀촌 정책의 무게중심을 귀농에서 귀촌으로 옮기겠다”고 했다. 그 주된 배경으로 코로나19 이후 밀집된 도심을 벗어나 저밀도의 시골(전원)생활을 꿈꾸는 도시민의 지속적인 관심 증가를 꼽았다.

그간 집중해온 영농기술교육·정보제공 등 귀농 중심에서 지역 일자리교육·정보 등 귀촌 중심으로 전환한다. 또 5년 단위의 제2차 귀농·귀촌 종합계획(2022∼2026년)도 범정부 협력 거버넌스 및 귀촌 지원 정책 강화를 중심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이는 현실과 현장에서 볼 때 지극히 당연한 방향 설정이다. 그러나 ‘왜 이제야!’라는 아쉬움을 떨칠 수 없다. 사실 제2차 귀농·귀촌 열풍이 시작된 2010년 전후부터 이미 귀농 아닌 귀촌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2015년 귀농·귀촌 통계(총 48만6638명)만 보더라도 귀촌이 전체 96%, 귀농은 4%에 불과했다. 2019년에도 귀촌이 96.5%에 달했다.

반면 각종 지원책을 펴온 귀농 인구는 2016년 2만559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2019년엔 1만6181명에 그치는 등 3년 연속 감소했다.

저 멀리 하나인 듯 흘러가는 물결도 가까이 가서 보면 본류와 지류가 있다. 본류에 지류가 더해지면 더 큰 물길, 즉 대세가 된다. 애초 귀촌이 본류였고 귀농은 지류였는데도 농식품부는 고집스럽게 지류인 귀농, 즉 농업에만 집착했다. 소위 ‘내 밥그릇’만 챙기다가 결국 귀촌을 놓쳤다.

귀촌이 뭔가. 도시를 내려놓고 농촌으로 이주한 이들 가운데 농사를 짓지 않고 다른 업(業)에 종사하거나 아니면 그냥 시골(전원)생활을 하는 것을 말한다. 농촌에서도 농사를 짓는 농업인은 생각보다 적다. 실제로 2019년 기준 강원도 전체 가구 중 농가는 약 10%, 경상북도는 약 14%에 불과하다. 나머지 대다수의 농촌 구성원은 농업 아닌 다른 업에 종사하고 있다.

물론 농촌 전체를 관장하는 데 있어 농식품부의 역할과 한계는 분명히 있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농식품부 스스로가 자신의 입지를 귀농(농업)으로 축소하는 우를 범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애초 본류인 귀촌(농촌)을 중시하면서 이를 통해 지류인 귀농(농업)을 아울러 더 큰 흐름을 유도했어야 했다.

귀촌이 활성화되면 귀농은 따라온다. 2018년과 2019년 귀농·귀촌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13~2017년 농촌으로 전입한 귀촌인 가운데 15%가 농촌 전입일로부터 만 5년 이내에 귀농인(농업인)으로 전환했다. 2014~2018년에는 그 비율이 19.2%에 달했다. ‘선(先)귀촌, 후(後)귀농’이다. 이를 연간 귀농한 숫자와 비교해보면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많았다.

시골(전원)생활은 많은 도시인의 ‘로망’이다. 급속한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위기에 빠진 농촌이 회생하려면 이제 도시인에게 더욱 활짝 문을 열어야 한다.

그리고 귀농·귀촌하는 이들의 실질적인 인생 2막 또는 3막의 삶터이자 일터, 그리고 쉼터로서 기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의 ‘파격적인’ 귀촌 활성화 정책의 수립 및 시행이 요구된다. 이는 귀농·귀촌 주무부처이자 ‘귀촌 중심 전환’ 선언을 한 농식품부가 주도적으로 담당해야 할 몫이다. 소멸위기에 처한 농촌의 회생에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는 귀촌 정책이 만들어지길 기대해본다.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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