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한일 관계, 정상급 대화와 결단 있어야 돌파구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은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담은 메시지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준비가 돼 있다”면서 “역지사지의 자세로 머리를 맞대면 과거의 문제도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 “과거에 발목 잡혀 있을 수는 없다”며 미래지향적 양국 발전을 강조했다. 이런 문 대통령의 모습은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강경한 대일 입장을 취해왔다. 청와대 참모들조차 ‘죽창가’를 외치며 반일 전선 형성을 독려했을 정도다. 이러한 강경한 대일 기조가 가뜩이나 꼬인 양국 관계를 더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다소 늦기는 했지만 이제라도 문 대통령이 한일 관계 개선에 전향적 자세를 보인 것은 바람직하고 평가할 일이다.

일본을 향한 문 대통령의 메시지가 확연히 부드러워진 것은 긍정적인 변화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양국 관계가 당장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지려면 두 나라 사이에 놓인 현안을 차근차근 풀어갈 구체적인 해법을 마련해야 가능하다. 대일 기류 변화를 담은 이번 3·1절 기념사가 반가우면서도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것은 양국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새로운 제안이 없기 때문이다. 한일 관계를 교착 상태로 몰고 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에 대한 어떠한 해결 방안도 제시되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 위안부 피해자와 강제징용 배상은 워낙 첨예한 사안이라 접점을 모색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걸림돌을 치우지 못하면 양국 관계는 개선의 돌파구를 찾기는 요원하다. 문 대통령은 “지혜로운 해법”을 찾아보자고 했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징용 배상 문제만 해도 그렇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당시 일괄 타결됐다는 일본 측 주장과 개인 배상 요구는 가능하다는 한국 법원의 판결 사이에서 실무적 협의로 해결할 수 있는 건 없다. 그렇다면 양국 간 정상회담 등을 통해 포괄적인 타결이 돼야 한다. 특단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양국 정상이 정치적으로 풀어야 비로소 답이 나온다.

한일 간 동반자 관계 복원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중차대한 과제다. 더욱이 새로 출범한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는 동북아 질서 재편 차원에서 한미일 동맹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한일 관계가 계속 냉각되면 정치·경제·외교·안보 모든 측면에서 우리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양국 지도자간 결단은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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