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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도발에 더 굳건해졌다…‘전용기까지 타는’ 한국딸기 실제 인기는? [식탐]
한국산 딸기, 홍콩·싱가포르·베트남 등 동남아시장에서 성장세
일반 딸기보다 비싸지만 당도 높은 프리미엄 과일로 자리 잡아
특대형 딸기 ‘아리향’·‘킹스베리’도 SNS서 주목받으며 완판행진
정부, 지난해 ‘스타품목’으로 선정하며 전용기 띄워 수출 지원
홍콩의 한 매장에서 현지 고객이 한국산 딸기를 살펴보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심상치 않은 ‘딸기 한류’ 바람이다. 우리나라에서 일본 품종이 어느새 자취를 감춘 후 당당히 태극 마크를 단 한국산 딸기가 동남아에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긴 장마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지난해에는 수출의 어려움을 겪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다시 성장이 기대된다. 이에 정부는 딸기를 포도와 함께 ‘스타품목’으로 지난해 선정하고, 수출용 전용기까지 띄우면서 ‘잘 키워보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홍콩과 싱가포르, 베트남 등에서는 ‘딸기 한류’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소식들이 연이어 전해지고 있다.

日 도발 후 4년…“한국딸기 맛있어” 동남아국가의 러브콜

“그 한국딸기는 일본 품종이 뿌리다.” 지난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 일본 컬링 여자대표가 “한국딸기(설향)가 놀랄 정도로 맛있었다”고 칭찬해 화제를 모으자 일본 사이토 겐 농림수산상은 이같이 말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의 말대로 시작은 일본 품종이었으나 이제는 다르다. 일본 품종과의 고리를 끊어내고 한국산 딸기의 성공 시작을 터트린 것이 바로 이 ‘설향’이다. 지난 2006년 일본과의 딸기 로열티 협상이 결렬된 후 설향은 국산 신품종으로 등장해 널리 보급됐다. 설향은 비록 일본 품종을 교배해 얻었지만 어머니 품종과 구별성을 인정받은 신품종이며, 품종저작권 역시 충청남도가 가지고 있다.

지난 2018년 평창올림픽 당시 일본 여자 컬링대표팀 선수가 한국딸기를 먹고 있다. [일본 NHK방송 캡처]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딸기 품종의 국산화율은 지난 2012년 74.5%에서 지난해 96%까지 올라서며 일본의 영향에서 벗어났다. 더욱이 동남아시장에서는 일본 품종보다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가 개발한 ‘매향’과 ‘설향’ ‘산타’ 등의 품종은 중국, 베트남,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재배되며 사용료(로열티)까지 받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딸기는 최근 10년간 연평균 15%의 수출 성장세를 보였다. 수출량은 아직 많지 않지만 성장잠재력이 커 과일 한류시장의 선두주자로 꼽힐 정도의 품목이 됐다. 한기연 농림축산식품부 수출진흥과 주무관은 “동남아 해외 지사나 마케팅 조사자료 등에 따르면 한국산 딸기는 현지에서 고급 이미지로 인식돼 선물용 등으로 인기가 높다. 주요 수출국가인 싱가포르나 베트남에서는 수입산 딸기 비중에서 한국딸기가 1위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인기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이나 타는 줄 알았던 전용기까지 탔다. 팬데믹 여파로 비행편이 대폭 줄어들자 정부는 대한항공 등과 다자 간 업무협약을 하고 싱가포르행 딸기 전용기를 지난해 12월부터 오는 4월까지 띄우기로 했다. 전용기까지 투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홍콩에 이어 한국산 딸기를 두 번째로 많이 수입하는 국가로, 지난 2019년 싱가포르 딸기 수출량은 전년 대비 26.6% 상승했다.

베트남에서는 ‘킹스베리’ 품종이 온라인에서 주목받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킹스베리는 높은 가격인데도 현지 중산층을 중심으로 인기가 많다. 인도네시아 또한 한국산 딸기가 현지 품종보다 6배 가까이 비싸지만 지난해 딸기 수입량은 2013년보다 4배가량 늘었다. 특히 한국산 딸기를 사용한 이색 요리법 동영상이 널리 퍼지고 있다. 한국 딸기로 만든 딸기 인도미(indomie·인도네시아 라면)와 딸기튀김 동영상을 1000만명 넘게 시청하며 한국 딸기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인도네시아 네티즌이 올린 한국딸기 요리 동영상, 딸기튀김과 딸기 인도미. [동영상 캡처]

홍콩이나 태국에서는 홍성에서 재배되는 ‘아리향’ 딸기의 반응이 뜨겁다. 홍콩 내 백화점에서 1.2㎏ 한 상자당 10만원 안팎의 고가에 판매되지만 ‘완판’ 행진이 이어진다. ‘없어서 못 보낸다’ 는 홍성 영농조합 측의 말이 나올 정도다. 홍성 아리향 딸기는 최근 미국 시장까지 진출했다.

홍성 ‘아리향’ 딸기. [홍성군 제공]

K-딸기의 이유 있는 질주…특대형에 높은 당도와 단단함까지

한국산 딸기의 인기 비결 중 하나는 높은 당도다. 설향 품종 성공 후 연이어 개발된 신품종들은 대부분 단맛이 강해 진한 새콤달콤함을 느낄 수 있다는 평이다. 아리향이나 킹스베리는 SNS에서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특대형 사이즈를 갖췄다. 특히 아리향은 일반 딸기의 1.5배 크기로, ‘주먹딸기’로 불렸던 킹스베리보다 크다. 농촌진흥청 품질 분석에서는 단단함을 의미하는 경도가 가장 높게 나왔다. 이 때문에 아리향은 보관 기간도 길다.

일반 딸기보다 크기가 크고 단단한 ‘아리향’. [농촌진흥청 제공]

다만 쉽게 상하거나 무르는 딸기 특성상 수출 시 신선도 유지기술이나 농가의 지원 확대 등은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한국의 ‘스타품목’ 딸기가 동남아를 넘어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딸기 한류’를 일으키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한기연 농식품부 주무관은 “한국산 딸기의 본격적인 수출 확대를 위해 전용기 투입이나 ‘케이베리(국내 수출딸기 통합 조직)’를 활용한 소속 농가의 지원사업, 물류비 지원 기준의 조정 등 연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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