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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환의 현장에서] 금융결제원 노조의 밥그릇 챙기기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내부거래의 외부청산을 의무화하는 ‘전자지급거래청산업 제도화’를 놓고 팽팽히 맞서던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이 ‘제2 외부청산기관’이라는 타협점을 찾아가는 중 또 다른 암초가 등장했다. 금융결제원 노조가 별도의 외부청산기관 신설에 강력히 반발하면서다. 어렵게 정책적 논의로 물꼬를 튼 공론장에 다시 ‘밥그릇 논리’가 물을 흐리는 모양새다.

비대면 경제생활이 활성화되면서 빅테크 내 이용자예탁금 규모는 급증세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빅테크기업 등을 통해 하루에 1400만건 이상의 간편결제·송금이 이뤄졌다. 이 가운데 66%인 약 930만건이 내부거래다. 네이버페이 이용자가 네이버쇼핑에서 결제를 하는 형식의 내부거래가 빅테크 결제·송금 서비스의 절반을 넘는다는 뜻이다.

빅테크는 이용자예탁금을 자기 명의로 보관·예치하고, 내부거래는 자체 처리하고 있어 개별 금액과 거래 등은 외부에서 확인이 어렵다. 빅테크의 디지털금융 내부거래는 단계별로 충전, 보관·예치, 송금·결제, 환급 등으로 나뉜다. 단계별로 다양한 리스크가 존재한다. ▷이용자의 실제 충전액과 빅테크에 기장된 충전금액 간 불일치 가능성 ▷빅테크가 실제 보관·예치하는 금액과 이용자의 거래 결과를 반영한 잔액 간의 불일치 ▷빅테크의 지급능력 부족 ▷거래 기록의 오류·조작 가능성 ▷이용자의 환급 요청에 빅테크가 응하지 못할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빅테크 플랫폼을 통해 결제하는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장치가 필요한 이유다.

한은은 빅테크의 외부청산업무를 금결원이 맡는 방향으로 추진돼온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단호히 반대한다. 현재 금결원을 통한 지급결제 시스템은 금융기관 간 자금이체를 전담해 처리하는 등 금융 시스템 위기 예방이 주목적인데, 이를 개별 빅테크 파산 시 이용자보호를 위해 활용한다면 결제안전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논리다. 동시에 한은은 기존의 지급결제 시스템을 건드리지 않는 별도 시스템을 얼마든지 구축할 수 있다는 입장도 드러냈다. 이에 금융위와 한은은 소비자보호라는 대원칙을 바탕에 깔고 ‘제2의 외부청산기관’이라는 타협점을 마련 중이다.

그런데 전국금융노조 금융결제원지부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이번 전금법 및 한은법 개정에 있어 정책기관 간 야합에 의한 제2의 청산기관 설립을 결사반대한다”며 “제2의 청산기관 설립을 시도할 경우 금융결제원이 가지고 있는 인력과 노하우에 대한 그 어떠한 협조도 결코 하지 않을 것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금융결제원은 법체는 사단법인이다. 비영리단체이지만 공공기관은 아니다. 정말 ‘제2 외부청산기관’이 필요하다면 사단법인 형태로 하나 더 만들면 된다. 금융 시스템에 있어 중요한 기반을 논의하는 데 기존 금융결제원 노조가 이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이야말로 ‘제 밥그릇 챙기기’로 비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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