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헤럴드광장] 배터리전쟁, 특허와 영업기밀은 보호돼야 한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한국으로 인해 이래저래 고민이 깊을 것 같다.

중국과의 패권경쟁으로 서방의 동맹국과 경제파트너 국가들과의 긴밀한 공조를 모색하고 있지만 왠지 한국의 적극적인 동조와 호응이 얻지 못하는 모양새다. ‘미-중 등거리 노선’을 취하려는 한국 정부를 끌어들이려니 잘 따르지 않고, 그렇다고 무시하기에도 뒷맛이 개운할 수 없으니 그렇다.

바이든 정부는 최근 산업정책 운용에서도 파트너인 한국 기업들로 인해 골치 아파하는 분위기다. 그 정점에 SK와 LG의 배터리 영업비밀과 특허 침해 소송 문제가 걸려 있다.

지난 2월 10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LG가 SK를 상대로 제기한 영업기밀 침해 소송에 대해 SK의 영업기밀 침해 사실을 인정했다. ITC는 SK가 향후 10년간 배터리 소재와 부품을 국내 수입해서는 안 된다는 제재 명령을 내렸다. 이 명령은 오는 11일부터 발효된다.

SK는 미국 조지아주지사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ITC의 제재 명령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 달라고 청원하고 있다. 조지아주에 배터리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1조 5000억원 이상을 추가 투자해 제2공장을 신설하고 있는 SK로서는 미국 시장에서의 사활이 걸린 문제인 만큼 당연한 일일 수 있다.

얼마 전 미국의 한 뉴스매체인 폴리티코는 ITC의 제재 명령을 뒤엎는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관해 유의미한 분석을 내놨다.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주 배터리공장 투자는 미국 내 배터리 수요를 안정적으로 충당함과 동시에 미국에 연간 2600개의 일자리를 가져다주는 좋은 일이지만 대통령이 영업기밀 침해행위에 따른 ITC의 SK이노베이션 명령을 거부하기에는 부담스러워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폴리티코는 인도 등 저개발국가들이 WTO에 ‘코로나 백신의 지식재산권 의무를 한시적으로 유예해 달라는 청원’을 예로 들었다. 이 청원에 대해서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선진국들이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바이든 대통령이 ITC의 SK에 대한 제재 명령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전 세계인의 안전을 위한 백신 기술을 개방하자는 청원을 수용하지 않을 명분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지식재산권 보호라는 대원칙을 스스로 흔드는 순간부터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한 기술패권전쟁에서의 우세 유지를 장담할 수 없게 될 것이다.

ITC의 SK 제재 명령을 뒤엎는 결정을 내릴지는 오롯이 바이든 대통령의 몫이다. 힘이 있기에 마음만 먹으면 못할 바도 아니다.

실제 최근 SK가 보여준 적극적인 로비를 고려할 때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도 없어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판단이 어떠한 것과 상관없이 우리 사회에서 ‘지식재산권 보호의 대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특허와 영업기밀 보호 원칙은 기업이 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이유이자 근거이기 때문이다.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