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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혁신이란 이런 것’ 보여준 주류 규제개선과 곰표밀맥주

국내 수제맥주 브랜드인 ‘곰표 밀맥주’가 CU 편의점에서 맥주 매출 1위를 기록했다는 사실은 규제개혁 하나만으로도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곰표 밀맥주는 최근 하루 판매량이 15만개를 넘는다. 종전의 월평균 판매량(20만개)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 제품이 카스와 테라, 하이네켄 등 쟁쟁한 국내외 브랜드들을 누르고 대박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규제 완화 덕이다. 정부는 지난해 ‘술은 제조사가 직접 만든 것만 판매할 수 있다’는 주류규제법을 위탁제조(OEM)도 가능하도록 길을 터줬다.

그 덕분에 제조사인 세븐브로이는 지난해 5월 출시 이후 좋은 소비자 반응에도 물량 부족으로 없어서 못 팔던 상황에서 벗어났다. 롯데칠성음료에 위탁생산을 맡겨 지난해보다 생산물량을 15배나 더 늘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가 편의점 맥주시장에서 30년 만의 국산 차별화 제품 매출 1위다. CU의 수제맥주 매출 중 국산의 비율도 10%에서 28.1%까지 높아졌다.

규제개혁에 주류 규제 완화는 좋은 모범 사례다. 세상에 한국의 주류 관련법보다 틀에 꽉 막힌 예는 찾기 힘들다. 종류와 원료, 첨가제, 여과법, 숙성법은 물론 시설과 유통까지 정해진 규정이 있다. 그걸 지켜야만 맥주, 청주, 막걸리라는 이름을 붙여 팔 수가 있었다. 일제강점기부터 진입을 억제하고 통제만 해오다 해방 이후 산업화 시대까지 “먹을 것도 없는데 웬 술이냐”는 규제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담배와 함께 알토란 같은 주요 세원이었던 것도 엄격한 진입장벽을 더 높여놨다.

그런 주류 규제에 완화가 시작된 게 실질적으로는 불과 10년 전이다. 놀랄 일이다. 소자본으로 맥주나 전통주를 생산할 수 있게 된 게 지난 2011년이다. 지난해 또다시 위탁생산과 전국 택배까지 가능해지고 술공장에서 남은 술지게미로 빵과 화장품도 만들 수 있도록 대거 규제 완화 조치가 이뤄졌다. 오늘날 지역 명품으로 자리 잡은 수제맥주와 막걸리는 그 결과물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놀라운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모름지기 규제개혁이란 이래야 한다. 나랏돈 한 푼 들어간 게 없다. 매출이 늘어나니 오히려 세금은 더 들어온다. 투자도 활성화되고 시설이용률도 높아진다. 생산성 증가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면서 일자리도 늘어난다. 이보다 좋은 정책이 어디 있는가.

주류에서 그칠 일이 아니다. 기재부와 국세청, 공정위만의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모든 부처 공무원들이 규제개혁 방안을 더 적극적으로 찾이야 한다. 곰표밀맥주와 같은 성공 사례는 어디서나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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